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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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장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4월 29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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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똑똑한 소비자 주권시대 활짝...언론도 '현명한 소비' 도와야"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소비자의 힘인 '구매력'을 통해 불공정 기업들을 응징해야 한다. '똑똑한'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이 컨트롤 될 때 진정한 '소비자 주권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공유가 활발해 짐에 따라 소비자간의 교류도 확대 되고 있다. 이는 능동형 소비자를 양산, 소비자의 영향력을 높여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블랙컨슈머(거짓악성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라는 어두운 이면도 드러내고 있다.

박명희 전 한국소비자원장(동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은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소비자의 '착한 윤리적 소비'와 더불어 정부, 소비자단체에 의한 제도적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의 '옥석' 정보 제공 등이 윤기를 더한다면 소비자의 영향력은 극대화 될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2011년 현재를 소비자주권시대로 가는 과도기로 지칭했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기반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영향력이 극대화 되며 소비자의 개념이 변화하는 시점에 있다는 얘기다.

◆ "소비자, 생산-유통 관여 '프로슈머'화"

Q. 최근 소비자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동적으로 한정된 정보를 통해 한정된 제품들 중 고르는 수준의 소비에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하는 형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학자로서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는 어떻게 보여집니까.

== 소비는 근원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구매, 사용, 처분행동을 일컫습니다. 과거 10년 소비자들의 소비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일관된 욕구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충동적인 구매, 동조소비, 과잉소비, 과도한 낭비적 소비 등이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오픈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쌓인 정보력을 바탕으로 생산에서 유통까지 철저하게 소비자가 관여할 수 있도록 '프로슈머'화 돼 가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악덕 기업을 퇴출 시길 수 있을 정도의 의지력과 실천력을 내재시켜 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소비자의 힘은 구매로 표현됩니다. '악덕기업'에게는 '불매운동'으로, '공정기업'에게는 '구매'로 이어지게 해 기업들이 자동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즉 '소비자주권시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Q. '소비자주권시대'를 위한 이상적인 소비자의 개념이 있습니까.

== 소비에 대한 궁극의 목적은 만족과 행복에 있지만 물질적 풍요가 소비자의 행복에서 지속적으로 기여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행복추구에 있어 물질적 재화의 소비수준이 일정수준까지는 행복에 기여합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다 보면 일과 돈벌이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친구, 기적, 건강과 같은 본질적인 가치를 위한 시간은 소홀해집니다.

이러한 상관관계 속에서 '착한소비', '행복경제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있지도 않은 욕구를 만들 정도로 제품주기를 점점 짧게 하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지만 소비자가 스스로 물질적 풍요로움보다는 윤리적이고 유용한 소비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소비패턴을 변화 시켜야 합니다.

높은 효용가치를 가지는 소비를 위해 정보 교류가 발달되고 그렇게 해서 얻어진 정보를 통한 구매가 이루어 질 때 좋은 소비 관행이 생겨나는 것 입니다.

실제 착한소비는 우리생활에 도입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만을 구매하자는 캠페인이나 친환경 지역생산 제품 사주기 운동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제품들이 저렴할 수는 없지만 제품의 질은 보장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면 적정한 규모의 경제가 형성돼 가격 또한 낮아지는 시스템이 확립 돼가는 추세입니다. 소비자들의 힘이 커졌고 착한 기업들의 생산품을 소비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 주권적으로 소비하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제한된 상품들을 구매하는 피동적인 소비자였지만 지금은 현명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상적인' 소비개념이 중요합니다.

Q. 그러나 반대로 블랙컨슈머라는 개념도 생겨나고 그에 따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만.

== 그래서 소비자원을 비롯한 소비자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들어주고 그에 따른 보상을 돕는 동시에 불량기업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들을 취합해 보상규정과 피해예방안을 만들고 일반적인 불만 상담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들을 조율하는 역할들 말입니다.

이외에도 기업들이 소비자를 배려하고 불만을 해소 시켜줄 수 있는 정책을 펴도록 독려한다던 지 소비자와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중간자 역할로서 소비자단체들의 영향력이 강화돼야 합니다.

◆ "언론, '옥석' 정보 제공해 '현명한' 소비 도와야"

Q. 그렇다면 정부의 소비자정책과 언론은 '소비자주권시대'를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까.

   
 
== 유럽 같은 경우 '여성가족소비자부'등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부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원이 있지만 과거엔 기획재정부 소속이었고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부처에 소속된 형태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소비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소비자보호론'에서 '소비자주권론'으로 패러니다임이 변했습니다. 과거 소비자보호원이 소비자원으로 명칭 변경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 오히려 '정보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업에서 올바른 정보를 공개하고 홍보하고 있는가,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고지하고 있는가를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정책적으로 필요합니다. 기업입장에서는 기업기밀이라고 해서 알리고 있지 않는 그런 정보들을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가,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언론도 기업의 이러한 프로세스를 잘 취재해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기업들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정보의 옥석을 가려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할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침소봉대(針小棒大, 바늘을 몽둥이라고 말하듯 과장해서 말하는 것)'가 아닌 소비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하고 소비자 주권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기업, 불공정한 기업들은 불매운동을 통해 응징되고 착한 기업의 제품들은 구매로 이어지는 등 똑똑한 소비자들에 의해 컨트롤 되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현재 정보화로 인해 거래의 불투명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은 '효율적인 소비'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소비자주권은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소비자가 주도적인 위치에 서서 악덕 기업을 퇴출하는 등 기업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소비자가 스스로 현명한 소비를 할 때 실천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합니다.

◇ 박명희 교수는?

서울대학교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한 박명희 교수는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한국소비자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한국미래소비자포럼 상임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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