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간편한' 키오스크와 QR코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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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간편한' 키오스크와 QR코드의 역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2월 16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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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푸드테크는 최근 몇 년 사이 외식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를 결합한 서비스를 일컫는다.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매장 운영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매년 오르는 터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다.

업계는 "고도화된 기술로 사람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무인'보다는 '스마트'에 방점을 찍어달라고 강조해왔다. 서빙로봇, 무인 계산대 등 자동화된 시스템을 매장에 도입해 점포 근무자가 음식 준비 등 주된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다.

그러던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발하면서 푸드테크는 우리 곁에 더 가까이 다가왔다.

키오스크(kiosk)가 대표적이다. 키오스크란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골라 결제하면 영수증이 출력되는 무인 단말기를 뜻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어 각광 받기 시작했다. 제품 상세 사진과 가격을 정확히 볼 수 있어 간편하다는 호평도 잇따랐다.

문제는 사용 방법이 '불친절'하다는 점이다. 어느 버튼을 눌러야 제품이 장바구니에 담기고, 담긴 제품은 어떻게 결제해야 하는지… 그러다 기기가 오작동을 일으키기라도 하면 식은땀이 줄줄 난다. 주문 창구에 가면 "키오스크로 결제하시라"는 응대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패스트 푸드점에서나 볼 수 있던 키오스크가 최근 각종 카페, 음식점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작동도 아직 버거워하는 노년층의 키오스크 이용이 원활할 리 없다.

QR코드 인증도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전자출입명부, 일명 QR코드를 인식시키지 않으면 일터나 음식점, 병원 등 각종 시설의 출입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QR코드는 과거 기업들이 홍보 수단에 주로 활용하던 소재였다. 제품 포장지에 입힌 QR코드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면 인터넷 링크로 연결되는데, 이를 통해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었다. 네이버나 카카오 아이디를 가지고 있으면 QR코드 인증이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일이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기자는 몇일 전 생활용품 전문점에 들렀다. 유명 프랜차이즈다보니 무인 계산대가 여러대 구비돼있었다. 하지만 대기줄은 점원 앞에만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오히려 다른 점원이 무인 계산대를 이용하면 더 편리하다고 줄을 정리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특정 계층이 신기술에 능숙하지 못한 것은 익숙지 않아서다.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계속될 무인화 바람 속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대국민적인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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