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선 위드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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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위드컬처 대표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4월 28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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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대중들의 이야기가 트랜드…개성 담긴 자신의 룩 찾는게 중요"

   
 
국내 최초 문화마케팅 그룹 위드컬처의 대표, 방송PD,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국제브랜드이미지컨설턴트협회 이사, 대중문화칼럼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이 모두가 한 여성이 소화하는 업무라면 어느 누가 믿을까? 그것도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로 사는 대한민국 여성이라는 점에서 볼 땐 가히 '기가 차고 코가 찰' 지경이다.

'팔방미인'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는 이경선 대표. 저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미디어업계에서 그가 그어 놓은 획은 꽤 선명하고 날렵해 보인다.

류승범, 배두나, 이요원, 김하늘 등 연예인들이 앞장서서 선행 봉사하는 tvN '월드스페셜 러브(LOVE)'와 신민아, 황보, 김소연 등 내노라하는 연예인들이 세계 곳곳의 이야기를 전하던 프로그램들, '도전 신데렐라', '다이어트 서바이벌'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명실상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사로잡고 스타PD로 문화콘텐츠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 대표를 통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의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들어본다.

Q. '문화 마케팅'이라는 것이 생소한데 설명해주십시오.

== 다큐멘터리와 사진전이 함께 기획돼 MBC에서 방영되고 전시회를 가졌던 '프라임-최지우, 내 마음을 사로잡은 아프리카'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공연과 전시를 같이하고 패션 콘텐츠와 패션쇼를 함께 하는 식입니다. 현재 미디어는 다변화 시대를 맞고 있고 그런 조류에 부합하는 분야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이쪽 업계에서는 선두주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도전과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점이 중요 했습니다. 대중과 콘텐츠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한 구조인데 대중들은 이를 통해 금전적 지출 없이 트랜디한 문화를 여러방면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높은 퀄리티에 스토리가 담기는 것 그것이 바로 '문화코드'이며, 위드컬처는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공작소입니다.

일로서 하는 것이 아니고 행복하고 즐거워하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것을 본 남도 행복하자는 게 우리 회사의 지향점입니다. 요즘 문화가 '독하고 세고 야한 것'으로 많이 흘러가는데 그런 것이 아닌 '봉사', '음식', '환경' 등과 관련된 테마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일할 때도 의미 있습니다.

이경선 대표가 제작한 tvN 월드스페셜 '러브(LOVE)' 한지민 편(사진출처 tvN)
Q. 현재 트위터, 페이스북 등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소셜미디어와 24시간 온라인 연결이 가능한 스마트 폰의 발달로 미디어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업계쪽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지난해 '슈퍼스타K(슈스케)'의 성공을 통해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변화했음은 이미 증명됐습니다. '슈스케'가 앞으로 미디어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많은 제시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미디어가 시청자와 호흡하고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한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가 오디션을 통과하는 과정을 보며 희열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의사가 반영된다는 사실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낸 것 입니다.

이처럼 미디어는 대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트랜드를 담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앞서나가는 것 보다 매머드한 대중이 원하는 것을 반영해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드컬처는 트랜드를 제시하고 대중을 앞서 나가는 것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금의 트랜드를 읽지 못하면 새로운 트랜드가 나타나도 따라갈 수 없고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엔 대중들이 날로 똑똑해지고 있어 더 더욱 대중들의 이야기가 트랜드가 됩니다. 예전처럼 미디어에서 트랜드를 제시하는 형식이나 미디어가 트랜드 리더로 나서는 것이 아닌 대중들의 트랜드를 읽고 공부해서 콘텐츠로 생산해 내야 하는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전시회와 다큐를 접목했던 MBC '프라임-내 마음의 아프리카'
Q. 최근 언론사들의 종합편성(종편)채널 출범이 미디어 업계에선 가장 큰 이슈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어떤 시장 변화를 예상합니까? 특히 한 아이의 엄마로서 미디어의 폭력성, 선정성 심화가 염려될 것 같습니다.

== 미디어 시장에 몇 십조가 풀리면서 시장이 커진다고 합니다. 방송사보단 콘텐츠 제작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될 때 시청자 입장에서도 제작자 입장에서도 반기고 있습니다. 그간 공중파 횡포에 제작사가 힘들었던 것도 있고......

종편으로 인해 케이블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말이지만 이젠 대중의 트랜드를 읽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에 다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이들의 걱정처럼 너무 야해지고 독해지고 세질 것으로 염려되지는 않습니다.

종편채널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다큐, 드라마 등이 전문화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이어 제작사가 중요한 자리에 올라 힘의 논리가 평등해 질 것입니다. 결론적으론 미디어의 발전과 시청자 욕구 충족을 모두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날의 칼이 있지만 굳이 나쁘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Q. 트랜드의 중심에 있는 분으로 향후 우리나라의 문화코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 현재 방송은 몇몇 대형 MC들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별로 예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정하고 싶은 것은 그들에겐 대중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친근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친근감은 더욱 중요해 질 것입니다. 한 예로 박칼린이 나왔던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는 지극히 평범하고 대중적인 음치, 박치, 몸치인 사람들이 모여 그것을 극복하고 일구어 내는 것에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무한도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들이 살사댄스를 추고 레슬링을 하는 등 극한 상황에 도전해 성공하는 것에서 감동이 밀려옵니다. 이 모든 것이 친근함에서 오는 것 입니다.

제가 제작한 MBC '프라임-음식으로 세상을 구하는 법' 역시 지금 당장 대중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고 단 한 발짝만 앞서가서 같이 하자고 손을 내밀고 잡아주는 형식이었습니다. 트랜드는 앞서가는 것이지만, 문화라는 것은 대중과 발맞춰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이 바로 동참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 갈 것 입니다.

   
 
Q. 그간 이요원, 김하늘, 송지효, 한지민 등 연예인들과 tvN 월드스페셜 '러브(LOVE)'를 통해 봉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봉사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 사실 처음엔 봉사활동을 다녀와 다들 하는 이야기인 "내가 도와주러 갔다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와요"하는 말이 진짜 일까 궁금해서 시작했습니다. (웃음)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한 것 뿐 입니다.

처음 '회사를 더 키우고 돈을 더 많이 번 다음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하고 생각했을 땐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손을 내밀자 너무도 많은 각 분야의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며 손을 잡아줬습니다.

봉사는 내 시간을 할애해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바뀌고 그러면서 도움의 손길도 더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나이 들어서 세상에서 내가 뭔가 받았으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까, 할 때는 이미 늦었다고 봅니다. 현직에서 뭔가 할 때, 힘이 있을 때 같이하면 힘이 되는 것이고 나중에는 늦었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예전 생각처럼 '애 다 키워 놓고...회사 키워 놓고 해야지' 했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행복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과거의 저처럼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필요한 분야가 너무도 많아서 모두 함께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지금 하는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파워우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모든 것을 다 해내고 있는 것입니까.

== 남편과 아이들을 잘 만나면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웃음) 내가 하는 일들은 모두 연동돼 있습니다. 부인이고 아이의 엄마이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칼럼을 쓰고, 회사를 운영하고, PD도 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따로 따로의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강의의 주제가 프로그램의 컨셉이 되는 형식입니다. 이제 세상은 남자 여자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 멀티플레이어인지 아닌 지로 구분되는 시대입니다. 성공이란 모든 면에서 진정한 하모니를 이룰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패션-뷰티 전문 PD로서 올 트랜드는 어떻습니까.

== 지난해 패션과 메이크업은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 등 걸그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걸그룹이 하면 스모키도 스키니진도 모두 유행이 됐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보여지는 아름다움보단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자신감, 자존감으로 표현되고 그런 마음이 외모를 꾸미게 만들어지는 구조라고 보면 쉽습니다. 인기를 받는 사람은 그 기운에 의해 점점 예뻐지고 눈총을 받는 사람은 예뻐질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요즘엔 외모를 잘 가꾼 친구가 마음도 너그럽고 사랑을 받아봐서 사랑을 줄 줄도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의 아름다움이 평가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델처럼 날씬한 몸매와 명품을 휘감은 모습이 아닌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매력이 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저 역시도 트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트랜드를 쫒기 보단 자신이 편하고 자연스러워 질 수 있는, 개성이 담긴 자신의 룩을 찾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 제가 PD생활을 할 때 아들이 아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집에 세 번 가면 자주 간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고생스럽고 힘들었지만 그런 과정을 지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없이 편하게 지냈다면 지금까지 일을 지속하며 살 수 있었을 지 의문입니다. 지금은 그때의 양분을 조금씩 빼먹고 사는 느낌입니다. 젊은이들도 도전을 한 후 얻어지는 성취감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합니다.

아이를 낳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이것저것 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희생을 통해 값진 행복감과 진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빨리 편해지는 것을 바라는데 그 위치가 되려면 경험이 바탕이 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빨리 올라간 사람들은 롱런 하지 못합니다.

표지판이 안보일 정도로 눈이 온 강원도 산골에 있다고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대부분은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 밑만 보고 가는데 눈을 들어 봤을 때 절벽 앞에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넘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방향을 체크하는 것,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자신이 어디 위치에 있는지 확인 하는 그런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면 빨리 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방향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쉽게 포기하고 쉽게 살고 싶어 합니다. 갈 길이 멀고 창대한데 일희일비하면서 하루에 묻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생각을 먼저 하면 자리가 나온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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