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노사 갈등 '일단 봉합'…제판분리 깃발 꽂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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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노사 갈등 '일단 봉합'…제판분리 깃발 꽂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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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비 넘겼지만 위기 잔존…불완전판매 등 부작용 고려해야
한화생명.
한화생명.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에 대한 한화생명 노사 간 갈등이 잠정 합의되면서 한화생명이 예정대로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을 출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판분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화생명지부는 지난 3일 한화생명 자회사 GA 설립과 관련한 노사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합의안 내용은 고용안정협약 5년, 재취업 약정, 승진보상 등이다.

노사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되면서 한화생명은 큰 고비를 넘겼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추가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의 노사 갈등은 지난해 12월 한화생명이 판매 전문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의 설립 추진을 의결하면서 불거졌다.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4월 1일 출범하며 전속판매 조직을 물적분할로 분사한다.

물적분할에 따라 전속설계사 2만여 명과 본사 내 1400여 명(전체 중 65%)의 임직원들이 자회사로 이동하게 된다. 이에 노조는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정을 우려해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노사 양측은 지난달 3주간 물적분할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화생명이 자회사 GA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미 성장기를 넘어선 보험업계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다. 보험업계는 손해율 누적으로 인한 적자와 저금리의 장기화 등으로 수익성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보험사들이 정체를 거듭하는 사이 대형 GA사들이 큰 규모로 성장한 것이 위기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계산이다. 제판분리에 따라 소속 보험사들은 GA로 이동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한 번의 만남으로 복합적인 재무설계가 가능해 설계사나 소비자에게 편리하다.

제판분리에 나선 건 한화생명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자회사 GA 출범을 발표한 바 있다. 교보생명과 NH농협생명 역시 검토 중이다. 당장 실시하기는 어렵더라도 제판분리의 필요성은 충분히 느낀다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판분리 자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높은 설계사 수수료를 책정한다고는 했지만, 이는 결국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만큼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노동계에서도 제판분리가 보험설계사들의 근로환경 악화를 가져오는 등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노조의 상급단체 사무금융노조에서는 제판분리가 진행될 경우 회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자회사로 이동하게 되고, 보험설계사들의 구조조정 및 근로여건 악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판분리에 반대하는 한 보험설계사는 "한 설계사가 생명·손해보험사 상품을 모두 취급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져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설계사들의 구조조정이 쉬워지면 가입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단순히 전속 설계사들의 이탈 문제를 방어하기보다는 판매 효율성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제판분리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설립에 앞서 내·외부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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