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는 삼성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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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는 삼성전자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4월 21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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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다. 엉성한 스토리로 시청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MBC TV 예능프로 '나는 가수다'와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가 닮았다.

기자는 지난 2일 '삼성의 반(反)스마트 소비자대응'이라는 글을 썼다. 옴니아2 사용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책 마련을 삼성전자 측에 주문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로부터 3주를 채 넘기지 않은 시점인 지난 22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옴니아2 사용자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비롯 위약금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는 '통신업계'발 삼성전자의 계획이었다. 기자의 주문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처럼 보여 개인적으로 흐뭇한 마음까지 들었다. 착각이었다.

△삼성전자제품 재 구매 △삼성카드 발급 등으로 요약되는 보상판매 조건에 조소가 밀려왔다. '전자'의 경우 그나마 이해는 된다. 소비자들의 '선택오류'를 삼성전자가 고스란히 뒤집어 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애초에 옴니아2를 구매한 '원죄'만큼의 구속쯤으로 위안 삼을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충성고객 흡수와 신제품 홍보 등의 효과를 통해 손실을 줄일 수 있어 나쁘지 않다. '윈윈'이다.

약정서에 명기된 할부잔금을 삼성카드 포인트로 선 상환한다는 '후자'에 이르러서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삼성카드는 적립된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식의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카드 설명대로라면 '포인트=현금'공식이 성립한다. 그런 포인트를 선 지급한다는 삼성전자의 계획은 계열사를 통해 옴니아2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당장 눈앞의 손실만을 줄이려는 얄팍한 꼼수가 엿보여 아쉬울 뿐이다.

삼성전자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서둘러 해명했으나 의도는 만천하에 공개됐다. SK텔레콤도 확인했다. 사면초가다.

'나는 가수다'와 겹쳐서 보면 흥미롭다.

'나는 가수다'는 청중들의 현장투표를 통해 A급 가수들을 탈락시키는 시스템으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청중들의 투표결과를 무시하고 탈락한 유명가수를 구제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아무런 공식해명을 하지 않았다.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를 껴안은 언론의 채찍질도 거세졌다. 결국 담당 PD가 경질됐고 예능국장은 경고를 받았다. 원칙을 지키기 위한 쓰라린 결정이라는 MBC의 설명이 나왔다. MBC의 원칙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이었다.

삼성전자는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를 경영이념으로 못박고 있다. 앞서 언급한 MBC의 원칙과 호흡을 함께한다. 최고의 제품은 만들기 어렵지만 최고의 서비스는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것 만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다. 옴니아2 보상논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 입맛이 씁쓸하다. MBC처럼 누군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개연성을 삼성전자 실무진들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논란은 삼성전자 스스로가 촉발 시켰다는 점에서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다. 우선 옴니아2의 기능을 크게 제약시켜 사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1차 오류'다. 여기에 고위급 임원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상을 운운하기까지 했다. 그런 가운데 나온 보상책이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2차 오류'다.

'3차 오류'가 발생돼 80만명에 육박하는 충성스런 고객 다수가 외국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막는 방법은 삼성전자의 '통큰행보' 뿐이다. 그래야 소비자들 앞에 '나는 삼성전자다'라고 당당히 가슴을 펴고 설 수 있지 않겠는가.

삼성전자가 어떤 '보상카드'를 다시 빼 들고 나올 지는 미지수다. 또 다시 '삼성카드'를 들고 나오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소비자입장에서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소비자들은 분명 기다린다. 삼세번이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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