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회장 농협혁신 공든탑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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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병 회장 농협혁신 공든탑 '와르르'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4월 15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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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장애 '사고' 아닌 '재앙' 수준…임기말 치명적 타격

 
'농협혁신' 작업을 진두 지휘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깊은 생채기를 입었다.

전산장애가 단순 '사고'에서 '재앙'수준에 이르고 있다. 발생 엿새째인 17일에도 정상화 발표는 없었다. 가해주체에 대해선 추측만 난무할 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고객정보는 안전하다"는 최 회장 자신의 호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2007년 취임 후 시스템 혁신, 인적쇄신, 유통구조개혁 등 농협 전분야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 세간의 호평을 받았던 최 회장. 임기를 불과 수개월 앞두고 터진 이번 사태로 인해 그의 어깨는 좀처럼 펴지지 않을 전망이다.

◆ 최 회장 "고객안전…" 농협신뢰 '균열' 도화선

농협의 초기대응 실패가 피해를 키웠다는데 금융권과 소비자들 사이에 이견은 없는 상태다. '실무진급'의 안이한 문제인식이 중심에 있다. 복싱으로 말하면 전산망은 이미 '그로기' 상태였으나 적절한 응급처치도, 전문의 호출도 더뎠다는 얘기다.

전산망이 최초 이상증상을 보인 것은 지난 12일 오후. 당시 농협 측은 '단순 오류'라는 식으로 이튿날(13일) 오전이면 정상화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 회장 역시 이 같은 보고를 받았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13일 오후가 돼서도 농협의 전산망은 '깊은 잠'에서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듯 최 회장은 14일 다급히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마이크를 쥔 그는 "소중한 고객정보와 금융거래 원장은 모두 정상이며 전혀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무진들의 상황보고를 기초로 한 직∙간접적 사태파악이 근저에 깔려있었다.

'진실'이 드러나기 까지는 만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중계 서버에 있던 고객들의 금융 거래 내역 상당수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 회장의 발언이 무색해 짐과 동시에 농협의 신뢰에 균열을 야기한 단초다.   

전문가가 아닌 최 회장이 기술적 정보 접근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무진들과의 의사소통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일부 엿보인다.

최 회장 입장에서 특히 뼈아픈건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취임 후 2년째 되는 해에 스스로 한차례 연임이 가능했던 임기를 단임제로 바꾸고 인사추천위원회를 도입, 중앙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농협에 도움이 된다면 나부터 먼저 단임제를 실천하겠다"면서 "그 동안 혼자 (대표이사 및 감사위원을) 추천하던 현재 회장의 권한을 내놓겠다"던 그였다.

방만한 조직운영으로 비판을 받았던 조직도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빼기'에 나섰고,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도 본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 혁신 '공든탑', 단 한 순간에 '와르르'

최 회장 취임 이전의 농협은 직선제로 뽑힌 1~3대 회장이 모두 임기 중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조직이었다. 최 회장의 그간 행보가 자연스레 빛을 발하는 배경이다.

소비자피해의 규모와 범위조차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커진 전산장애 파문은 이 같은 최 회장의 '공든탑'을 단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물론 한국은행마저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공동검사 형식이나 은행권에서 점포가 가장 많은 농협의 전산 사고를 방관할 경우 더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감지된다. 불신의 발로다.

애써 가꾼 내집 화단이 이웃집 사람들의 마구잡이식 '호미질' 앞에 난장판이 될 위기 앞에 직면한 모양새다.

올해 말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는 최 회장의 앞길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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