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랑의 금융체크]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 재개…'과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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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랑의 금융체크]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 재개…'과연 안전할까'
  • 임이랑 기자 iyr625@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11월 23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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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이하 DLF) 사태를 겪었던 우리·하나은행이 사모펀드 재개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4일부로 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정지 제재가 만료됐고 하나은행은 지난 19일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했다. 

DLF·옵티머스·라임 등의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사모펀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판매량이 급락하자 일각에선 사모펀드 시장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금융회사들은 신뢰 제고를 위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판매 재개와 함께 채권형 펀드 등 안전한 상품으로 판매 라인업을 구성하고 실재성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상품에 한해서만 판매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금융회사들의 주장은 10년마다 되풀이된 이야기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1997년 IMF 시기에 태국 바트화 급락으로 해당 사모펀드에 가입했던 대기업들이 줄도산을 했다.

그 뒤로 10년 뒤인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키코 사태가 발생하며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무너졌다. 그리고 지난해 7월 DLF를 시작으로 옵티머스·라임 등 다양한 사모펀드 상품들이 금융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당시에도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보호,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다양한 대책이 세워졌고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사고가 터질 때 당시에 만들어졌던 소비자보호정책과 내부통제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피해자들의 변동이다. 대기업에서 중소·중견 기업, 그리고 개인이라는 점이다.  

사모펀드 재개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 은행들은 "그럼 방카슈랑스 및 파생결합상품(ELF) 판매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은행도 기본적으로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은행은 이자 장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창출은 당연하다.

더욱이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통해 이미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확산에도 은행 및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항상 '사상 최대'다. 따라서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못해 수익 창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은행들의 엄살에 가깝다.

사모펀드 판매가 재개되면 우리나라 은행 특유의 실적 중심 영업을 통한 피해자는 또다시 속출할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10년을 주기로 사모펀드 사태가 터져왔다. 이번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 재개는 10년 후 또다른 모습의 사모펀드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DLF사태 당시 자신의 재산 일부를 날린 피해자는 눈물을 흘리며 "은행에서 분명히 안전하다고 했는데" 라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 판매를 위해 어설픈 내부통제시스템 강화와 소비자보호정책 등을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보다 은행 본연의 영업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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