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폐쇄형 '룸카페' 가 청소년 '탈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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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취재]폐쇄형 '룸카페' 가 청소년 '탈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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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애정행각 위험수위…정부 "그게 뭔데"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 들어섰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개미굴처럼 나열돼 있는 작은 문들이 눈에 띈다. 조명은 침침하다. 카페라고 하기엔 큰 음악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복도를 지나는 동안 그 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방에는 폭신한 매트리스가 깔려있다. 기다란 쿠션과 함께 TV, 테이블 등이 공간을 메우고 있을 뿐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 구조였다. 최근 번화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폐쇄형 '룸카페'.

 

룸카페, 방안에 매트리스-TV...청소년 탈선 장소로

 

룸카페는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신종 카페다. PC사용, TV시청,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진화된 곳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룸카페는 지난 2009년쯤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을 원하는 젊은층의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 중소도시 번화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부시선이 철저하게 단절되는 룸카페의 특성상 청소년들의 흡연, 애정행각, 음주 등 탈선을 조장한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직접 찾은 룸카페 역시 한눈에도 어려 보이는 청소년들이 짝을 이뤄 드나들고 있었다.

 

이 룸카페 직원 A씨는 "손님 중 50% 이상이 어린 친구들"이라며 "내부가 안보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 민망한 물건들을 치울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룸카페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한 몫 하는 상황인 셈이다.  

 

대학생 최모씨는 "친구들과 안락하게 수다를 떨기 위해 룸카페를 자주 이용했지만 최근 중고등학생들이 흡연과 애정행각을 벌이는 광경을 목격한 이후로는 발길을 끊었다""요즘엔 퇴폐적인 이미지가 짙어져 룸카페에 간다고 하면 모텔을 드나드는 것처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겼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DVD, 모텔 등의 경우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는 룸카페는 청소년들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룸카페의 성장세에 비해 정부당국의 인식수준은 미흡했다.  

 


◆ 여성가족부 "실태조사 나설 것"... "야간 출입 제한해야"

 

여성가족부 관계자가 "룸카페가 무엇이냐. 요즘 그런 형태의 카페가 많이 있느냐"고 반문했을 정도다.

 

이 관계자는 "여성가족부내 중앙점검단에 룸카페의 존재를 알리고 실태조사에 들어가도록 할 것"이라며 "그 후 조사결과에 따라 청소년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룸카페에 대해 야간 청소년 출입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새 나왔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노래방, PC, 찜질방 등은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청소년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문화적인 장소로서의 룸카페는 환영하지만 폐쇄된 공간을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우려가 된다""룸카페가 성행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청소년들의 사건이나 사고가 생긴 후 처리가 아닌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안전이 증명된 후의 것이어야 한다""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고 올바르게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는 PC방처럼 야간 출입 제한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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