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코세페, '상술' 오명 지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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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코세페, '상술' 오명 지우려면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11월 16일 0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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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한국판 광군제…. 지난 2015년 처음 출범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가 표방한 슬로건이다.

너무 성급했던 탓일까. 코세페는 출범 당시부터 '내실이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등 혹평을 받아왔다. 굵직한 참가 업체가 없고 할인 폭도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직후 금요일부터 연말까지 이뤄지는 대규모 할인판매 행사다. 과거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추수감사절 전까지 다 팔지 못한 물건들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면서 각 매장의 연중 손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미국에서는 블프 기간에 연간 소비의 20%가 이뤄질 정도로 명성이 높다. 국내 소비자들도 가전이나 의류를 '득템'하기 위해 블프 기간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다.

이처럼 제조회사들이 주도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달리 코세페는 정부와 유통업체 주도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할인 폭이 적고 제품군도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코로나 시대에 처음 맞이한 2020 코세페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얼어 붙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내수를 진작시켜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열린 코세페에는 170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특히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제조업체들의 참여가 전년보다 3배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행사가 진행된 7일간 카드사 매출이 17조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골목상권과 지역경제가 반등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 근거로는 지역화폐 발행액이 37.4%, 제로페이 결제액이 15.1%,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이 약 5배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상술'이 늘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 못하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할인 폭은 높지만 할인 금액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오픈마켓 판매자들은 할인 행사 때 정상 가격을 평소보다 올린 뒤 할인된 것처럼 판매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들은 이 같은 '눈속임'을 막기 위해 자체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수백만 건에 이르는 상품을 모두 모니터링 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따르는 현실이다.

올해로 6년째를 맞았지만 코세페에 대한 국민적인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코세페보다는 '빅스마일데이'나 '십일절' 등 유통업체가 내건 슬로건에 더 익숙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있다. 지자체별로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시 돼야 할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제조업체들을 코세페로 이끌어내는 유인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세페가 한국판 블프가 아닌 코세페 그 자체로 환영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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