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너머 진실 들여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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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너머 진실 들여다 보기
  •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11월 10일 09시 27분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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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가 거의 확정되자 백악관에서 우편투표가 부정이라는 언론 브리핑을 했습니다. ABC, NBC, CBS 등 지상파 3대 방송국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폭스 뉴스조차 가짜 뉴스라며 마이크를 끄고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심지어 폭스 뉴스의 진행자는 트럼프에게 부정선거라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까지했습니다.

조국 장관 임명 사태로 한참 시끄러웠을 때의 사건입니다. 강연 중에 어떤 사람이 조국 교수에 관한 저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저는 재판이 끝나야 비로소 사실관계를 알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왜곡, 짜집기, 가짜 뉴스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에 대해 기자가 이재명 지사에게 묻자 "일도 사실 바쁘고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해서 정확히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잘했느니 못했느니 말씀 못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이 대답하기 곤란하자 발뺌을 하는 말로 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저도 똑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가짜 뉴스가 너무 많다보니 모든 언론 보도 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반박 기사도 모두 읽은 뒤에 국민 개개인이 옳고 그름을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원래 언론이란 사실을 알려주는 곳인데 오히려 언론 때문에 사실을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에서 '무엇을 검증하는 기술보다 속이는 기술이 발달하여 결국 진실의 종말이 온다'고 예언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을 이용하기에 얼핏 진실이라고 믿기 쉽지만 언론이 얼마나 교묘하게 짜집기하고 왜곡하는지 모릅니다.

오죽하면 기자를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부르겠습니까. 때로는 사실이라고 알고 있던 내용이 가짜 뉴스라는게 뒤늦게 밝혀지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진실을 알기 위해 언론을 의지하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의지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자크 아탈리 '거짓말은 쉬워졌지만, 진실을 가려내는 일은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의 판단도 어리석을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모두 현명한 국민이 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끊임없는 가짜 뉴스와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짜집기한 사실상의 가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는게 정상입니다. '이 사람 문제가 있네'라고 했다가 '사실이 아니구만…'으로 바뀌거나 '뭐가 문제야'했다가 '이건 좀 곤란한데'라고 바뀌는게 정상입니다.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지만 대한민국 언론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사법부는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판결문에 담기 위해 사실 관계를 촘촘히 들여다봅니다. 일방적인 뉴스만 쏟아내는 언론에 비해 재판정에서는 검사와 변호사의 치열한 공방이 있어서 가짜 뉴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편향된 판사도 분명 있지만 판결문이 공개되기에 판사는 언론보다는 훨씬 공정하려고 애씁니다.

가짜 뉴스의 행렬 속에서 저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리기 전까지는 가능하면 정치적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고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모든 언론 기사를 분석하고 사실 관계를 추가로 조사해서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조국 교수에 대한 토론을 제대로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모르는게 너무나 많습니다.

미국 대선을 보면서 트럼프의 가짜 뉴스에 열광하는 미국 국민의 정치 수준을 봅니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4년전 선거 때보다 트럼프 지지가 증가했습니다. 트럼프가 그렇게 흑인과 히스패닉을 조롱하고 경멸하는데도 말입니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층인 일부 백인은 총기를 들고 설쳐댑니다. 우리와 별반 다를바가 없더군요. 우리 국민의 수준이 더 나을까요? 글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우리보다는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가 가짜 뉴스를 토해내자 방송을 중단한 주요 방송국은 물론이고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사실상 트럼프를 겨냥하여 가짜 뉴스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하였습니다. 트럼프의 미친 행동에 대해서 같은 소속 정당인 공화당 의원과 주지사마저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면책 특권을 이용하여 오히려 가짜 뉴스를 더 양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언론 기관이 되어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기능을 해야합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진실의 종말'이라는 토플러의 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주장에 대해 항상 자신 없어 해야 하고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경청의 문을 열어 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치인은 국민의 거울입니다. 우리의 수준이 높아져야 정치인의 수준도 높아집니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때에는 미국 국민보다 더 수준 높은 유권자가 되어 투표하는 꿈을 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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