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호주의 골프 클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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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호주의 골프 클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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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듯 줄기차게 계속되던 비도 그치고, 그래서 수마에 긁혔던 상처도 조금씩 치유 되면서 내가 즐겨 다니는 골프장도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워낙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이 지역 주민들은 퀸스랜드주의

 

2011.03.21

 

 

 

아름다운 호주의 골프 클럽들

 

 

그렇듯 줄기차게 계속되던 비도 그치고, 그래서 수마에 긁혔던 상처도 조금씩 치유 되면서 내가 즐겨 다니는 골프장도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가 워낙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이 지역 주민들은 퀸스랜드주의 75%가 물에 잠기는 사상초유의 대 홍수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골프장의 낮은 부분에 있는 Fairway 와 그린이 한동안 물에 잠겨 있었고 골프장을 가로 지르는 내천(Creek)과 골프장의 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서너 군데 만들어 놓은 인공 호수가 범람하여 한동안 제대로 골프를 즐기지 못했었다. 그 와중에도 골프 광들은 그렇게 젖어있는 Fairway나 물에 휩쓸려 훼손된 그린상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잠깐 비만 그치면 필드를 찾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정기 경합이 재개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골프장의 운영위원회에서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Fairway나 그린을 정상상태로 되돌려 놓기 위해 재빠른 노력을 기울였고 멤버들로 구성된 Working Bee(흔히 일 벌을 가리키는 단어 이나 내가 속한 이 컨트리 클럽은 매주 수요일 새벽 시간을 이용하여 직업에서 은퇴하여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멤버들이 골프장의 곳곳을 청소하고 화단을 가꾸고 오래된 고목들의 가지치기를 하는 등 자원봉사 체재로 경비를 절약해 가며 멤버들 스스로가 애정을 가지고 골프장을 가꾸고 있다. 골프장과 계약하여 골프장을 총괄 관리하는 조경회사가 별도로 있음은 물론이다.) 들의 헌신으로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멤버 경합을 재개하게 된 것이다.

 

 

내가 멤버로 있는 이 골프장에는 정기 멤버 경기가 일주일에 4번 벌어진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여성 멤버들만의 시합이 있고, 목요일엔 주로 은퇴했거나 주중이지만 시간을 낼 수 있는 멤버들의 시합이 있다. 이 시합은 오픈 메들리(Open Medley)라 하여 타 골프장의 멤버도 호주 골프 링크(호주 전 골프장을 연결하여 호주 어느 골프장에 가더라도 통용 될 수 있는 공통 핸디 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에 등록된 핸디만 있으면 참여 할 수 있고 또 여성멤버도 참가 가능하다. 그리고 토요일엔 가장 많은 멤버들이 참가하는 토요 경기가 있고 일요일엔 오전 6-11시 사이에는 골프장의 수입을 고려하여 그린 피를 좀 많이 내는 비 멤버들이 예약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11-13시 사이엔 Mixed Double 이라 하여 남녀 혼성 조 경기가 있다.

 

이 일요 경기에는 주로 부부 조가 많이 참가하므로 분위기가 참 좋다. 부부 중 하나가 골프를 하지 않거나 부인이나 남편이 없거나 혼전인 경우에는 예약 명단에 자기 이름만 써 넣어 놓으면 싱글들끼리 파트너가 되도록 Pro Shop 에서 조정해 준다. 그런데 우리 골프장에는 이 정기 경기들 외에 Gerries Day라 하여 화요일 여성 멤버들만의 경기의 Tee-Off 09:00-10:30 사이에 끝나고 10:00-11:30 사이에 당 골프장 멤버 중 55세 이상의 멤버이면 누구나 참여하는 특별한 Social Club 경기가 있다. 이는 물론 주중인 화요일에 시행 됨으로 대부분이 일에서 은퇴했거나 일을 하더라도 풀 타임으로 하지않고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내가 이 Gerries Club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집사람을 여성 멤버들만의 시합이 있는 화요일에 데려다 주고 혼자 연습 라운딩을 하려는데 프로 숍 앞에 골프복장을 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테이블을 놓고 무언가 등록을 받고 있었다. 무슨 Social Game이 있나 보다 하고 등록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무슨 시합이 있냐고 물었더니 나보고 여기 멤버냐, 나이는 55세 이상이냐 하고 되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 했더니 자기들은 20 여년 전부터 운영해 오는 Gerries Club 인데 이 골프장의 멤버로서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컨트리 클럽 내에 소셜클럽을 만들어 매주 화요일 골프 경기를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건강을 돌본다면서 나에게도 같이 하기를 권했다. 어차피 매주 화요일엔 집사람을 여성 멤버 경기에 데려다 주기 위해 와야 하니까 나에게는 참 좋은 기회라 생각 되어 그날부터 바로 이 친목 골프 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이 Gerries Club에서 라운딩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말이 55세 이상이면 참여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뿐이지 실제 매주 참여하는 이 클럽 구성원들의 평균나이가 75세 였다. 최고령은 87세의 노인으로 참으로 그 나이에 골프를 한다는 자체가 부러움과 경의의 대상이었다. 내가 처음 가입한 2009년 나의 나이가 65세이니 멤버 중 최연소 회원의 하나였다. 이렇게 회원들의 나이들이 많으니까 라운딩을 하되 18홀을 다 하지는 아니하고 14홀까지만 경기를 한다. 이 골프장의 레이아웃이 14홀 후 클럽 하우스로 들어오기 좋게 설계 되어 있기도 하다.

 

 

같은 컨트리 클럽의 회원들끼리의 친목회니까 가입비 같은 것은 없고 한 번 라운딩 할 때 호주 달러로 $4 (한화 4천원 상당)을 내고 라운딩을 하는데 끝나면 대부분이 Club House 에서 차가운 맥주 한잔으로 담소를 나누면서 친목도 도모하고 항상 제일 마지막 조로 들어오는 회장조가 도착하면 그날의 시상을 한다. 시상 내용은 A조 와 B조로 나누어서 각조 우승자 에게 골프 공 4개와 고무로 된 티 2 (도합 $30, 한화 3만원 상당), 준우승자에게 골프 공 2 ($12, 한화 12천원 상당) 그리고 5위까지 각각 볼 1개씩($18, 한화 18천원 상당)을 준다. 그 위에 4개 홀의 Par 3 (한국에서 말하는 숏트 홀)에서 니어리스트를 하면 각각 2개의 볼(도합 $24, 한화 24천원 상당)을 시상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 사람 당 겨우 $ 4 (한화 4천원 상당)을 걷어서 매회 $ 84 (한화 84천원 상당) 상당의 시상을 할 뿐 아니라 1년에 세 차례 멤버들 부인까지 부부 동반으로 초대하여 클럽 하우스에서 디너 파티를 한다. 이 때 제공되는 식사는 물론 포도주, 맥주, 위스키 등 모든 주류, 음료까지가 무료로 제공된다. 티끌 모아 태산 이라고 오랜 연륜이 싸여 그럴 수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얼마나 알뜰하게 관리를 하길래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나올 정도이다. 매회 겨우 $4 씩 받아서 시상 다하고 (매회 $84 상당의 시상을 하려고 하면 최소 21이상이 참가해야 그 경비가 나온다) 1년에 세 번 씩 이나 그렇게 멋진 부부동반 저녁 파티를 무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말이다.

 

 

한국에서의 그 비싼 회원권이나 그린 피 그리고 그늘 집에서 먹고 또 끝나고 먹고 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생각해 보면 이곳의 골프는 싼 정도가 아니라 무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골프 자체가 참다운 일상의 스포츠일 뿐 아니라 나이 들어 은퇴 하더라도 정말 부담 없이 건강을 유지 하면서 더불어 어울려 사회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정말 좋은 방편 이기도 하다. 이 화요 Gerries Club에 참가 하고 나서부터 그 중 나이가 어리다 보니(나이 65세에 어리다는 표현을 쓸 수 있으니 이 아니 즐거운가?) 첫해에 30주 이상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 하여 시상으로 받은 골프 공만 100개가 넘어 같은 조로 운동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인심도 쓰고 또 내가 유일한 아시아 출신 멤버 이기도 해서 이 클럽에서 나를 모르면 처음 참여하는 신규 멤버로 규정 지어 질 정도이다. 2010년의 Gerries Club 크리스 마스 파티 때는 금년의 "한해 동안 핸디캡이 제일 많이 내려간 플레이어"로 선정되어 골프의 발상지 영국의 St.Andrews 의 문양이 새겨진 자개 상자와 집사람을 위해 브릿지 게임을 많이 하라고 포커카드 두 세트를 부상으로 받기도 했다. 이렇게 즐기는 골프도 같이 하면서 좋은 친구들이 절로 생겨 나고 또 우리가 유일한 아시안 출신 멤버이다 보니 모두가 내 아내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부간 왕래도 하면서 지낸다.

 

호주에 살고 있는 어떤 수필가가 한국 수필 클럽에 쓴 글에서 호주를 "심심한 천국" 이라고 표현 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일하면서 틈틈이 정원 가꾸고, 주말이면 앞뒤마당 잔디 깎고 시간 여유로울 때 이렇게 건강에 좋은 골프 즐기면서 친구들 사귀고 일주일에 한번 씩 영화 보고 (매주 화요일은 영화가 50% 할인이다) 분명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인생을 만끽 할 수 있는 천국임에는 분명한데 언제 심심할 시간이 있을까 싶다.

 

 

필자소개

 

 

1946년 경남 진주 출생. 성균관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 졸업.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로 활동, 럭키화학과 럭키개발에서 근무했다. 1989년 호주 브리스베인으로 이주한 뒤 호주 퀸슬랜드 주 정부 개발성 해외투자담당 상임고문과 초대 퀸슬랜드 주정부 한국 무역및 투자대표부 대표(2000. 12- 2009. 4)를 거쳤다. 현재는 호주 East West Park Lines사 Project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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