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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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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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김영사 / 1만3500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버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으로 시작한다.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존재의 근간에 대해 되돌아본다. 그는 시종 아무리 잊고 싶은 역사라도 반드시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용기내어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아버지의 역사를 논픽션 형태로 전한다.

무라카미 지아키는 1917년 교토에서 6형제 중 둘째로 태어나 전쟁을 겪은 후 효고 현 니시노미야 시에서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 생활을 하다 2008년 고인이 됐다. 저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아버지는 소년에게 끔찍한 전장의 기억을 공유한다. 그중 중국군 포로를 군도로 척살해버린 무도한 사건은 현재까지도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그 일은 난징 대학살에 아버지가 참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으로 발전했지만 끝내 아버지에게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 그러던 칠십대의 어느 날, 작가는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는 아버지의 삶의 풍경들을 써내려가기로 결심한다.

번역을 맡은 김난주는 "곳곳에서 작가의 머뭇거림이 느껴졌습니다. 쉼표도 많았고, 접속사 '아무튼'이 몇 번이고 등장했죠"라며 작업 소감을 밝혔다. 100페이지 남짓한 길지 않은 책으로 완성되었지만 이야기의 중량감과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문예춘추'(2019년 6월호)에 처음 공개돼 그해 독자들이 주는 '문예춘추독자상'을 수상했다. 수정·가필을 거쳐 삽화가 그려진 단행본은 아마존 재팬, 기노쿠니야, 오리콘 등 각종 도서 차트 1위를 석권했다. 한편 일부 극우 역사수정주의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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