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다시 M&A 說…說…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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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다시 M&A 說…說…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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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7월 08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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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에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대부분 구체적인 실체가 있기보다는 각 은행의 희망사항이 담겨 있는 시나리오 수준이다.

특히 민간보다는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국책은행들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M&A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직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실적악화 등 풀어야 할 내부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M&A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너도나도 외환은행에 '러브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M&A설의 핵심에는 외환은행이 있다.

산업은행, KB금융지주에 이어 농협까지 잇달아 외환은행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선 상태다. 론스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기 보다는 이들 기관의 일방적인 `구애'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앞으로 펼쳐질 M&A 대전에서 헤게모니(주도권)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산업은행. 오는 8~9월 산은지주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KPBC)로 분리될 예정인 산은은 지난 5월 산은지주사를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우려면 시중은행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KB지주가 2조 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외환은행 인수설에 불을 붙였다. 황영기 KB지주 회장은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KB지주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증자 규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농협의 외환은행 인수설도 거론되고 있다. 농협의 신용(금융)-경제(농축산물 유통)사업을 분리하되, 신용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외환은행을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오는 201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농협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3% 포인트 가량 떨어져 이를 다시 확충하는데도 5조 원 가량이 들어가야 한다"며 실현 가능성을 일축했다.
  
◇"론스타만 도와주는 셈"

국내 금융기관들과 달리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움직임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론스타가 물밑 접촉을 하는 국내 금융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론스타는 그동안 배당을 통해 투자원금의 88%가량을 회수했다"며 "지금 주가대로 팔면 평균 수익률은 20% 정도여서 시장에 급하게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해외 금융기관들이 아직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을 배제하고 외국계 금융기관에 팔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국내 금융기관들만 앞다퉈 사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M&A는 조용히 진행하는 것이 정석"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끼리 경쟁이 붙으면 외환은행의 몸값만 올라 결국 론스타만 도와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 5월 초 7천300원이었으나 M&A 이슈가 나오면서 꾸준히 올라 이달 7일 현재 1만650원까지 회복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가 외국계 기관과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가 기본적으로 한국계 금융기관에 외환은행을 팔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 경험으로 한국계 기관과는 거래가 어렵고, 감독 당국으로부터 승인받는 것은 더 어렵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M&A보다 위기탈출이 우선"

현재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관련 이외에도 M&A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기업은행은 민영화와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 우체국금융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산은지주사와 합병해 메가뱅크화하는 시나리오나 모 대형 시중은행으로 넘어가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이처럼 각종 설이 난무하는 것은 금융시장 상황이 호전된데다 국책은행의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책은행들이 M&A 관련 희망 사항을 언급하거나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보고 자제하라고 주의를 줬다"며 "여러 설이나 시나리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대기업 및 중소기업 구조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실적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M&A부터 서두르는 것은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한정태 연구원은 "은행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위기탈출"이라며 "올해는 각종 구조조정과 실적 개선부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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