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결제 법안 '불씨'…보험사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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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카드결제 법안 '불씨'…보험사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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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자금유동성 문제…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면서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18개 생명보험사의 신용카드납 지수는 4.5%로 집계됐다. 생보사 전체 수입보험료 16조1225억원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진 수입보험료는 7176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는 전체 수입보험료 중 카드결제 수입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생보사 가운데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보험사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 IBK연금생명, ABL생명, KDB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9개사다. 이 중 라이나생명이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36.9%로 생보사 중 가장 높았다. AIA생명과 신한생명은 각각 15.8%, 13.9%로 나타났다. 삼성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의 경우 1%가 채 되지 않았다.

손보사들은 생보사보다 그나마 나은 편이다. 16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2분기 카드결제 원수보험료 금액은 5조6343억원으로 전체 원수보험료(19조5380억원)의 28.8%로 나타났다. 이는 생보사보다 7배가량 높은 수치다.

보험사별 카드결제 비중은 캐롯손해보험이 87.8%로 가장 높았으며 AXA(악사)손보(79.9%), 에이스손해보험(67.5%), 하나손해보험(60.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25~35%선이었으며 NH농협손해보험은 6.9%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 특성상 고객의 가입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 비율도 자연스레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결제가 활성화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많아진다. 결제 편의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당장 현금이 없어서 보험료가 밀리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또 보험료 납부액을 카드사용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한 보험소비자는 "대학 등록금이나 각종 공과금도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시대에 보험회사는 왜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수년간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를 독려해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18년 각 보험사에 '신용카드 납입제도 부당 운영'에 대해 개선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받을 때 1회차만 신용카드 납입을 허용하는 등 부당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금감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를 통해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사와 보험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법안이 다시 논의된 가운데 보험업계는 여전히 고개를 젓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확대되면 카드수수료도 문제지만,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공백이 생겨 자금 운용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로금리 여파로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보험업계도 불안정한 분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카드결제 의무화를 강행할 경우 자칫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도 "코로나19 이후 딜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보험사 딜만 유일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그만큼 보험사들의 향후 업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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