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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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쿠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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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 경제성장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해외건설수주가 올 들어 빨간 불이다. 2개월 동안의 실적을 보니 45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많이 낮아졌다. 작년 연초 두 달 동안은 무려 254억 달러를 수주했다.
2011.03.03

 

수쿠크 유감

 

 

 

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 경제성장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해외건설수주가 올 들어 빨간 불이다. 2개월 동안의 실적을 보니 45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많이 낮아졌다. 작년 연초 두 달 동안은 무려 254억 달러를 수주했다. 특수요인인 원전수주액 186억 달러를 빼더라도 69억 달러였는데 격차가 심하다. 여기에다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은 이미 불붙은 이 지역의 민주화 혁명이다. 우리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금융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은 건설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의 최대 수주대상지다. 이미 아랍에미리트에서 지난해 대규모 원전을 수주한 바 있다. 앞으로도 아랍국들의 전력수요가 추가원전과 건설의 복합수주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수주활동은 이슬람금융의 지원이 필수조건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정부는 이슬람채권법(수쿠크)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넘치는 오일머니를 유치해 국내에도 돌리고 수주전에도 비장의 카드로 쓴다는 전략이다.

 

수쿠크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못하게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다. 이슬람 율법은 모든 인간을 형제로 규정한다. 형제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원금보전계약도 불가능하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채권을 만들어 간접투자를 한다. 채권으로 돈을 조달해 실물거래에 투자하고 이자대신 수익금을 지급하는 형태를 취한다. 정부는 이를 허용하는 이른바 이슬람 채권법을 추진 중이었다. 그런데 기독교계의 반대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한국기독교 총연합회는 여당지도부에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면 낙선운동을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회 재경위 의원들은 지난 주말 기독교 신도들로부터 100건 이상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서 신도가 가장 많다는 어느 교회 목사님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정부가 통과를 강행하면 대통령 하야에 목숨 걸겠다"며 충격적인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은 수쿠크로 "몸이 떨려서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의 흥분상태" 라며 설명이 필요 없으니 무조건 이슬람채권법을 포기하라고 장관의 입을 막았다.

 

교회가 몰표의 온상임을 경험한 의원들은 난감했을 것이다. 수쿠크는 종교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문제요 경제논리임을 교계에 아무리 설명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아예 듣기를 거부하는 목사님들에게 국회의원도 관료도 미운 털이 박힐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여야는 지레 겁을 먹고 즉각 처리를 유보했고 정부나 청와대는 유감 한마디 못한 채 머리만 싸매고 있다.

 

헌법을 찾아봤다. 202항 조문이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 된다"

 

가끔 조찬기도 모임도 하고 그때마다 바로 옆자리에서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이니까 하야운동 하겠다는 협박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기독교인들이 표를 몰아줘 대통령 됐으니 이정도 요구는 기본이라고 여긴 것일까? 그도 아니면 평소 대통령이 교회에 기대는 듯한 정치스타일을 보여줬기 때문에 교계의 기대수준이 필요이상으로 높아져 있었던 것일까?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엄연한 헌법정신을 한번이라도 살펴봤는지 묻고 싶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기독교인들의 나라인지 시민들의 나라인지 몹시 헷갈리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이다. 골드만과 삭스라는 독일계 유대인들이 세웠다. 시드니 와인버거, 로버트 루빈, 로이드 블랭크페인 등 역대 수장들이 유대인들이다. 이런 골드만 삭스가 이슬람 자금의 대리인 역할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쿠웨이트 투자청의 서방대리인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아랍 왕실의 자금을 굴려주고 있다. 이슬람과 유대교의 피의 역사를 모르는 철부지 행동일까?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도 모두 이슬람채권법을 채택하고 있다. 수쿠크는 지난해 44조원에서 올해는 51조원으로 늘어난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는 세계 모든 이슬람국가에 물건을 팔고 있다. 기독교계에서 파견한 수많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슬람과 대립 각을 세웠을 때 올 수 있는 파장들을 생각하면 난감하다. 종교적 편협이 국가에 부담을 주면 곤란하다. 국경을 뛰어넘는 자본의 이동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인종과 종교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오늘날 세계경제는 숨이 멎을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불교의 큰스님을 만나 상생을 논했다. 종교가 배타적이고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뜻이었을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국가"로 평가하면서 세계적 모범 사례로 선정했다. 골드만 삭스를 중흥시킨 존 와인버거는 "자본에는 색깔이나 좌우가 없고 수익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포용과 융합이 화두인 지금 세상에 한국만 21세기 고립된 섬으로 만들려는 생각들은 버려야 할 낡은 유산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onsumer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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