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재난과 정치의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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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재난과 정치의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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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익히 잘 알다시피 호주, 특히 필자가 살고있는 퀸스랜드주가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금년 1월 중순까지 쏟아진 100년만의 폭우로 남한의 18배에 달하는 거대한 퀸스랜드주의 75%가 물에 잠겨 버리거나 상당한 수재를 입었었다.

 

2011.02.25

 

 

 

호주의 재난과 정치의 함수관계

 

 

독자들이 익히 잘 알다시피 호주, 특히 필자가 살고있는 퀸스랜드주가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금년 1월 중순까지 쏟아진 100년만의 폭우로 남한의 18배에 달하는 거대한 퀸스랜드주의 75%가 물에 잠겨 버리거나 상당한 수재를 입었었다.

 

 

1월 중순부터 비가 그치고 예년의 그 아름다운 퀸스랜드 특유의 날씨가 회복되어 피해복구 작업이 시작 될 무렵인 1월말 느닷 없이 일주일 간격으로 밀어 닥친 두 차례의 싸이클론(열대성 저기압으로 발생되는 대 폭풍)으로 세계 최대의 해상공원(대 산호초 해안)으로 유명한 퀸스랜드주 북부의 케언즈 시와 고려아연의 아연 제련 공장이 위치한 한국 수원시와 자매도시이기도 한 타운스빌 시가 거의 도시 전체가 휩쓸려 갔다고 할 정도의 큰 피해를 또 다시 입게 되었다. 호주 연방정부는 퀸스랜드주 대부분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긴급 구조활동과 재난 복구에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워낙 나라가 크고 특히 타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섬나라 호주 그래서인지 유독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거진 삼림들 때문에 온갖 동 식물들이 서식하고 어느 도시에서나 대개가 한시간 거리이내에 세계적인 경관을 자랑하는 해변들이 자리하고 있다. 호주 6개 주 어느 곳을 가나 Wild Life(자연 생태)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국립 공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들이 UNESCO 세계자연 유적지로 등재되어 있다. 가는 곳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으로 소개된 명승지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러나 워낙 광대한 나라라 이런 곳들을 모두 여행 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린다. 해서 많은 호주인들의 꿈이 퇴직하면 캬라반(취사시설과 간단한 잠자리까지 마련돼 있는 여행용 자동차)을 끌고 호주 전 대륙을 답사 하는 것이란다. 자동차 여행을 하다보면 캉가루들이 뛰어나와 가끔은 큰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Outback 지대로 들어서면 사막과 늪들이 가로 막아 애를 먹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곳에서 길을 잃어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어 장기 자동차 여행을 떠날 때는 식수와 비상 휘발유는 필수품이다. 가도가도 끝없는 사막에 주유소가 있을 리 만무하니 식수나 여분의 휘발유 준비 없이 깊숙한 야생지대로 들어섰을 경우 곤란에 빠지는 사례가 종종 일어 나기 때문이다.

 

이런 Wild Life와 호주Outback 여행 길은 다음에 소개할 기회를 갖겠다.

 

 

이런 자연으로 둘러 쌓여 있는 호주는 그 만큼 자연이 베푸는 커다란 혜택을 만끽 하면서 살기도 하지만 또한 자연의 재앙에 자주 직면 하기도 한다. 그러한 자연 재앙의 일환으로 나타난 것이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5년 여의 끝 없는 가뭄 그리고 그 긴 가뭄 끝에 작년부터 시작된 폭우로 인한 대 홍수 그리고 싸이클론 등….

 

이런 재앙에 직면할 때마다 돋보이는 것이 호주 정부와 국민들의 대처 방식이다. 기나긴 가뭄 때는 수자원이 부족하니 정부의 100% 재정지원으로 집집마다 빗물탱크를 설치하여 이를 활용한다. 식수를 제외한 세탁, 샤워, 정원용 등은 모두 이 탱크에 저장된 빗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런 가뭄 때는 이러한 정부의 대처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부, 특히 정치인들의 활약상이 눈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정치인들의 활약상이 확연히 들어 난 것이 지난번의 대 홍수 참사 때이다. 100년만의 폭우로 남한의 13배에 이르는 지역들이 침수되고 수많은 재산과 인명들을 잃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호주의 전 공중파 TV 방송들이 퀸스랜드에 상주하면서 24시간 피해상황과 대피 요령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두드러 진 것은 첫 홍수 피해가 나기 시작할 때쯤부터 퀸스랜드 수상이 직접 매시간 홍수 상황실에서 주민들에게 예상 피해 지역과 대피상황, 대피소 안내 등을 계속했다. 그렇듯 엄청난 홍수 피해 지역을 일일이 안내 하기 위해서는 그 폭우 속에서도 수상이 계속 지역을 옮겨 가며 브리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호주 이지만 여성의 몸으로 이렇듯 폭우 속을 옮겨 가며 대피소를 둘러 보며 인명의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뛰어 다니는 수상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또한 특이 한 것은 주 수상의 브리핑 내용 특히 구조 대책을 발표할 때는 똑 같이 여성의 몸으로 연방 총리에 오른 Julia Gillard가 주 정부 수상의 브리핑 자리에 배석하여 이를 뒷받침 하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이었다.

  

홍수상황을 TV브리핑중인 Anna Bligh퀸스랜드 주 수상. 뒤에 Julia Gillard연방총리가 배석해 있다.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TV를 시청하던 필자가 전율 같은 감동을 받았으니 직접 피해를 당했거나 피해를 입은 친척, 친지들의 감회는 어떠했겠는가? 지금은 다행히 더 이상 큰 비가 없이 맑은 날씨가 계속 되고 있어 온 나라가 퀸스랜드주 피해 복구에 나서고 있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 가고 있다.

 

이렇게 평상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 홍수 전에 바닥이었던 Anna Bligh 퀸스랜드 주 수상의 지지율이 25% 에서 60%로 급 상승했다. 전통적으로 연방 선거에서는 야당세가 강한 퀸스랜드주에서 그래서 지난번의 연방선거에서 큰 고난을 겪었던 연방수상(노동당)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 했다.

 

이는 여당인 노동당과 야당인 자유국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35:65로 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수상의 개인에 대한 지지율만 급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홍수 전에 만약 선거가 치러졌다면 현 수상의 낙선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 천재지변이 수상의 정치생명을 구한 것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주 총선을 앞두고 이런 지지율 상승에 급 고무된 Bligh 주수상은 이번 주 당내 자신의 추종 세력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대 개각을 단행 했다. 그러나 누가 알리요. 이번의 자신감 넘친 개각이 홍수 피해로 급 상승한 지지율을 다시 곤두박질 치게 하는 패착이 될지, 바둑의 신동 이창호 국수에게나 물어볼 일이다.

 

 

 

필자소개

 

 

1946년 경남 진주 출생. 성균관 대학교 영어 영문학과 졸업.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로 활동, 럭키화학과 럭키개발에서 근무했다. 1989년 호주 브리스베인으로 이주한 뒤 호주 퀸슬랜드 주 정부 개발성 해외투자담당 상임고문과 초대 퀸슬랜드 주정부 한국 무역및 투자대표부 대표(2000. 12- 2009. 4)를 거쳤다. 현재는 호주 East West Park Lines사 Project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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