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급물살'…의료계·보험업계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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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급물살'…의료계·보험업계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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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우려" vs "오히려 안전해"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추진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여전히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는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병원에서 발급하는 종이 서류를 전자 문서로 디지털화해 건강보험심의평가원(심평원)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보험금 청구는 문서 기반으로 이뤄져온 탓에 절차가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비율은 47.5%에 달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소액이라서'가 73.3%를 차지했다. 이어 '병원에 다시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가 44%, '증빙서류 발송 등이 귀찮아서'가 30.7%로 나타났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가 의료비를 청구하려면 보험사가 요구하는 영수증이나 진단서 등을 병원·약국 창구에 요청해서 받은 뒤 팩스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전송해야 한다. 이미 대형병원의 경우 실손보험창구(키오스크) 등을 민간기관과 협력해 진행해오고 있지만 100% 전산화된 청구 비율은 0.002%로, 1000건당 2건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 시이오리포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가운데 76%는 종이 서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팩스(31%), 보험설계사(23%), 방문(16%), 우편(6%) 수단을 활용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종이 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한 후 보험사 애플리케이션(21%)이나 이메일(3%)로 청구하더라도 결국 보험사에서 수작업으로 전산에 입력해야 하므로 사실상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청구는 99%인 셈이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자가 보험금 청구서와 증빙서류 전송을 병원에 요청하면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과 '보험중계센터(신설)'를 거쳐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미 각 의료기관과 심평원의 전산망이 연결돼 있으므로 보험중계센터만 설립하면 각 병원과 보험사가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여전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입법취지가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얻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는 "보험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에게 부당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환자 정보를 통제 없이 보험사가 요구하는 대로 제출하게 하는 악법"이라며 반대성명을 낸 바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미 휴대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서류를 보내도록 집요하게 요구하는 배경에는 결국 보험사가 액수가 큰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보험업계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용운 연구위원은 법적 조치를 함께 시행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 연구위원은 "심평원 전산망만을 이용하도록 제한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문서를 암호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법적 근거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손보험 청구체계 구축은 3800만명(작년 6월 기준)에 이르는 가입자 편의를 늘리고 병원·보험사의 행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리 청구에 따른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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