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의 노동을 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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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의 노동을 가져가고 있다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8월 13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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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말은 우린가 무엇인가를 무상으로 얻었을 때 사실 무상이 아니라 어떤 대가를 치렀다는 혹은 치를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부나 봉사가 아닌데도 우리가 어떤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면, 과연 우리가 그것을 용인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당신의 노동력을 공짜로 제공할 의사와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실제 이런 상황은 우리 주변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십년 전 만해도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공상 과학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모두가 인공지능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인공지능은 필연적으로 빅데이터에 기초한다. 즉 인공지능이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빅데이터)을 통하여 인공지능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창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가장 적절한 정답을 (과거의 경험 중에서) 고르는 것뿐이다. 인공지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한 알파고도 온라인대국을 통해 얻은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발전한 것이다. 즉 우리가 알파고를 훈련시킨 셈이다.

인공지능 비서인 애플의 시리나 삼성의 빅스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한번 말을 걸 때마다 그들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티맵과 같은 네비게이션의 경우도 우리가 길을 다니면서 일정한 구간을 지날 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우리가 직접 체험하여 지속적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우리가 티맵의 최적화에 기여하는 정보수집원인 셈이다.

바둑을 두며 우리도 재미를 느꼈고, 시리를 통해 편리를 얻었고, 티맵을 통하여 길안내를 받았으니 우리도 무엇인가 얻은 것이 있으므로 완전히 공짜로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떠한가? 어떤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에 (해커들의 기계를 이용한 무단 가입을 방지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이상한 잘 보이지도 않는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읽어서 입력하게 만드는 절차를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어떤 경우는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클릭까지 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우리는 그래 이게 로봇에 의한 무단 가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완전히 속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문자들은 미국의 고서적을 읽어내기 위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고서적에 식별이 애매한 문자들이 있는데 그것을 스캔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대신 읽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형태로 고서적을 읽는 시스템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 고서적의 해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그쯤 이야 할 수도 있지만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회사가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본다면 배가 아플 수도 있다. 요즘은 사진을 여러 장 주며 자동차가 나온 사진을 골라라 신호등이 나온 사진을 골라라 하는 문제지도 자주 받아본다.

자 이제 감이 좀 오는가? 그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빅데이터 수집 과정인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가 자율주행 인공지능 빅데이터 수집 정보원인 것이다. 구글포토와 같은 사진 저장 클라우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나와 같은 성별, 연령, 국적의 사람이 평소에 어디를 가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앙케이트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모든 것을 공짜로 제공해 왔다. 다만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들 삶의 편의성 또한 높아 졌으므로 완전한 공짜는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누리는 인공지능의 혜택은 개발자들의 노력덕분이지만 우리가 공짜로 얻은 것은 아니다. 우리도 많은 기여를 했다. 오늘도 우리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과 미국 고서적 해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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