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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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서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7월 02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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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ㆍ유동훈/ 김영사/ 3만3000원

[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이 책은 조선 지성사 연구의 대가 정민 교수와 차 전문 연구자 유동훈 박사가 함께 집필했다. 두 연구자는 그동안 파편적으로 공유되고 이전의 자료를 답습하며 대중과 유리된 차 문화 연구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모호했던 한국 차 문화사의 구도를 명확히 정립하기 위해 이 책을 집대성했다.

조선 전기부터 구한말까지 한중일을 아우르는 방대한 사료를 총망라했고, 차의 역사와 유래, 애호와 부흥, 특징과 성질, 산지별 종류와 효능, 재배와 제다법, 음다(飮茶) 풍속, 경제성과 상품성에 이르기까지 차에 관한 역사와 교류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담아냈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은 시, 부(賦, 대상에 대한 감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산문시), 송(頌, 특정 대상을 예찬하며 쓴 글), 편지, 절목(節目), 상소문, 논설, 통사(通史)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승업의 〈다창위부〉와 조희룡의 〈허소치가 초의차를 선물한 데 감사하며〉와 같이 국내에 처음 발굴하여 소개하는 자료도 있다.

심도 있는 원문 풀이와 해설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본(異本)을 꼼꼼히 교감해 주석을 달고, 전사 과정의 오류도 정확히 반영했다. 옛글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어 연구 자료로서의 효용과 글 읽는 맛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학문ㆍ예술ㆍ문화 전방위에서 이뤄낸 한국 차 문화의 정수를 오롯이 느끼게 함과 동시에, 차 문화사 연구의 새로운 이론적 토대가 될 저작이다.

오늘날 우리의 차 문화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것은 차 문화 정체성 확립에 소홀했던 탓이 크다. 거기에 외산(外産) 다도의 무분별한 유입과 피상적인 다도 퍼포먼스로의 치중으로 차 문화가 점차 대중에게서 멀어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에 울리는 일종의 경종이다.

차는 마시는 사람의 기호를 반영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한다. 이 땅에서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이 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만들고 마셔왔는지에 관련된 탐구는 계속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차학(茶學) 연구자와 전문인뿐 아니라 차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도 의미 있는 저작이다. 꼼꼼하게 분석ㆍ정리한 사료를 통해 후학의 연구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동시에, 우리 차 문화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음으로써 차를 예찬하고 즐기던 옛 지성인들의 정신을 올바르게 되살릴 수 있는 사유의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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