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정의 증권톡] 사모펀드 사태 또 터졌다 ...금융당국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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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정의 증권톡] 사모펀드 사태 또 터졌다 ...금융당국 뭐했나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29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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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가 잊혀지기도 전에 유사한 상황이 또 벌어졌다. 이번엔 전체 펀드 규모 5500억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환매가 중단됐거나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옵티머스크리에이터 사모펀드에 NH투자증권을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800여명 수준이다. 특히 대형증권사인 NH투자증권이 이 가운데 4700억원이 넘는 펀드를 팔아 고객 피해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NH투자증권 판매분은 82%에 달했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2억6000만원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펀드 환매 중지 배경이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투자자들에게 소개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초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관공서·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류를 위조하고 대부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체 등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사채에 돈을 쏟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상 판매사와 투자자에게 제공한 문서가 대부분 위조된 상황에서 특정 개인에게 자금이 집중 투입된 것으로 보여 펀드 자금의 회수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가 중단됐던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의 도덕적 결함은 물론 사모펀드의 발행 및 유통과 관련된 시장참여자들의 관리·감시 부재 등 총체적인 문제가 이번 사태를 커지게 했다. 사모펀드 운용·판매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거나 사기 또는 사고로 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매 중단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사모펀드가 현금으로 유동화하기 어려운 기초자산에 투자할 경우 환매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금융당국은 불과 두 달 전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또다시 유사한 사고를 막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이 국내 사모펀드 실태조사를 벌이는 와중에 벌어진 금융사고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1786개 사모펀드 실태 조사를 벌였고 그 대상에는 옵티머스 펀드도 포함됐다.

특히 금융위는 당장 사모운용사들의 인허가 기준을 높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기자본 10억원과 전문인력 3명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사모자산운용사를 세우고 펀드를 팔 수 있다. 진입문턱이 낮은 만큼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낮추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사모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사모운용사의 인허가 기준을 높여 재발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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