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지원정책이 아닌 금융정책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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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지원정책이 아닌 금융정책으로 풀어야
  • 박항준 세한대 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25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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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세한대 교수]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론이 심상치 않다. IMF가 발표한 OECD국가 '재정건전성 지표'에서 대한민국은 OECD 순위가 14위에서 26위로 12계단이나 떨어졌다. 실업 위기 인구 400만 명에 다다르고 있으며, 실업급여 월 1조 원 지출로 고용보험기금은 곧 고갈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기본소득'이 이슈다. 워낙 경제가 좋지 않고, 산업 변환기에 서 있다 보니 기본소득을 통해 '배고플 때 빵 먹을 자유'를 주자는 취지다. 캐나다나 스위스, 핀란드는 기본소득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 기본 소독제 도입에 대한 YTN의 찬반 여론조사 결과 찬성 48.6% 대 반대 42.8%로 찬반 의견이 오차 범위 내에 있게 나왔다.

대부분의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이유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부의 재정부담이 걱정되기 때문이라 한다.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으로 도입한다면 정부의 예산으로 지급되어야 하고 이는 국가 부채의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풀린 자금의 흐름이다. 재난지원금 12조 4천억 원의 정부지출승수가 0.16에 그친다는 발표가 있었다. 시장에 풀린 자금의 80% 이상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부동산, 주식시장으로 몰림에 따라 정부 재정부담 대비 내수시장 진작 효과가 절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도 '기본소득' 찬성론자다. 다만, 기본소득 도입에 있어 절대 주의해야 할 것은 기본소득을 지원정책으로 설계하여 예산 내에서 해결하려 한다면 100% 실패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본소득을 정부의 예산을 활용하여 수행한다면 정부 재정의 부실화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내수시장 활성화 실패라는 역효과만 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핀란드나 스위스는 기본소득 지급 정책을 포기하고 만다. 기본소득은 절대적으로 지원정책이 아닌 금융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기업의 신용을 가상자산화하여 박정희 정부에서는 기업어음이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해 줬었다. IMF를 불러오는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기업어음제도는 신용을 통해 기업의 현금흐름을 확장함으로써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가상자산'의 역할을 충분히 한 금융정책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 또한 소비 육성 '지원정책'이 아닌 '금융정책'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IMF를 맞아 당시 위축된 소비심리는 경제 악화의 악순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때 정부가 꺼내 든 해결 카드가 바로 '신용카드' 금융정책이었다. 개인의 신용에 따라 후 결재, 할부결재, 단기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킨 정책은 대히트를 치고 IMF로부터 가장 빠르게 탈출하게 되었다. 이때의 금융정책은 개인의 신용이라는 '가상자산'을 실물경제로 유입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것이다.

기업어음이나 신용카드 금융정책처럼 외부로부터의 '가상자산'을 실물시장으로 유입하는 금융정책 도입으로 '기본소득'은 설계되어야 한다. 개인의 신용카드 정책에 의해 늘어난 신용자산의 현금흐름이 정부의 예산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

기본소득이 금융정책으로 설계된다면 정부 재정의 부담 없이도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제 기업어음과 신용카드 금융정책으로부터 이 COVID-19 재난을 극복할 묘수를 찾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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