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부터 썩었다'…말 많고 탈 많은 농협중앙회 이사 조합장 선거
상태바
'뿌리부터 썩었다'…말 많고 탈 많은 농협중앙회 이사 조합장 선거
  • 임이랑 기자 iyr625@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23일 16시 56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도한 권한에 비해 선출방식은 '추천'…부정선거는 필수라는 구조 형성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연맹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농민조합원 직접 선거로 농협 적폐 청산하자'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연맹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농민조합원 직접 선거로 농협 적폐 청산하자'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임이랑 기자)

[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연맹)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농협중앙회 이사 조합장(이하 농협중앙회 이사)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농협중앙회 이사 선출 방식은 '추천'이다. 따라서 지역농협의 부정부패와 부정선거를 구조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금융연맹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농민조합원 직접 선거로 농협 적폐 청산하자!'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주훈석 광주·전남본부장, 박찬 해남농협 분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농협법 개정이 20대 국회에서 실패하면서 21대 국회의 주요 과제로 남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전체에 대한 정치권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과거 체육관 선거를 연상케 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중앙회 이사 선출 방식은 더더욱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장과 18명의 이사들이 농협중앙회의 핵심이지만 이들을 선출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21대 국회를 향해 "현재 농협중앙회의 모든 선거는 부정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루빨리 지역 농민 조합원들의 손으로 농협중앙회 이사를 선출할 수 있는 직선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중앙회 정관에 따라 28명의 지배구조로 구성된다. 이 중 당연직으로 중앙회장과 상호금융대표이사, 전무이사 등 3명이 포함되며 외부전문가로 구성되는 사외이사가 7인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8명 지역농협과 품목조합, 지역축협 소속 회원 조합장 몫이다.

문제는 농협중앙회라는 거대조직 지배구조의 핵심을 구성하는 18명의 이사 선출방식이다. 18명의 이사를 결정하는 절차는 '추천'이다. 지역과 품목 등 단위별로 동료 조합장들의 추천을 받은 조합장 18명 형식적 절차로 대의원대회를 거쳐 이사가 되는 방식이다.

박찬 해남농협 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찬 해남농협 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임이랑 기자)

박찬 해남농협 분회장은 "엉터리인 농협중앙회 이사 선출 방식으로 명절 전에는 각종 선물을 비롯해 동료 조합장들에게 현금 3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전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며 "120명의 이사 후보추천권자에게 50표를 산다면 명절 선물을 제외하고도 2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박 분회장은 "이러한 자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이 자금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농협중앙회 이사에게는 농협중앙회의 인사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농협중앙회 담당자들은 이사 조합장들에게 인사하기 바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농민 조합원의 권한을 소수의 조합장에게 위탁받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즉각적인 선거 부조리 개선과 이사 조합장의 권한과 역할에 따른 책임도 부여해야 한다"며 "농민의 이름으로 이뤄진 협동조합이 각종 비리 온상으로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농협중앙회 이사로 추천받기 위해 금품을 살포한 조합장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북구미경찰서는 A 조합장이 추천을 받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고발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고, 전남지역의 B조합장 역시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추천권을 가진 조합장 120명을 대상으로 굴비 세트를 선물한 내용이 드러나 농협 노조로부터 고발당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 이사는 △농협중앙회 경영목표 설정 △사업 및 자금계획의 종합조정 △조직·경영 미 임원에 관한 규정의 제·개정 폐지 등 농협중앙회 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의사결정 구조는 이사회를 정점으로 △감사위원회 △조합감사위원회 △인사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이들 이사회 및 각 위원회에 농협중앙회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

따라서 사무금융연맹은 농협중앙회 이사의 선출 방식을 추천이 아닌 농민 조합원들의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훈석 농협지역본부 광주전남본부장은 "농협중앙회 이사 선출제도와 관련해 자기들끼리 철저하게 숨어서 진행해왔다"며 "전국 조합장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해 깐깐하지만 농협중앙회 이사 선출 방식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 본부장은 "그럼에도 권한은 막강하고 각종 이권이 개입돼 있으니 이번에만 금품이 오간 것은 아니다"며 "농협중앙회는 내부 세력, 기재부에서 온 모피아, 외부의 3세력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968년도 종합농협 이후 농민 정책에 관련해 농협중앙회가 위탁해왔다"며 "1000억원대 규모의 기업이 농협중앙회다. 정부와 지역, 농민이 함께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