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슈머'에 귀 기울이는 식품업계, 이색상품 쏟아진다
상태바
'팬슈머'에 귀 기울이는 식품업계, 이색상품 쏟아진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20일 09시 01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년 요청에 빛 본 첵스파맛, 라면에서 독립한 불닭·비빔면 액상소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상품의 생산·마케팅 과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팬슈머'(팬+컨슈머)들이 대박 상품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팬슈머들은 다소 엉뚱하지만 색다른 발상으로 접근해 브랜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아이디어 뱅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유행 문화를 만드는 MZ세대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근 화제가 된 농심켈로그의 '첵스 파맛'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4년 '밀크초코맛' 대 '파맛'의 대결이라는 소재로 온라인 투표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기원이 됐다. 투표에서 이긴 맛을 제품화한다는 취지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파맛 첵스가 우위를 보였지만 ARS 투표, 현장 투표 방식이 추가되면서 승리를 놓쳤다.

이후 첵스 파맛을 출시해줄 수 없냐는 요청이 16년간 이어졌다. 온라인 상에서는 첵스 파맛의 가상 패키지를 만드는 등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특정 콘텐츠)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관심에 응답하기 위해 업체 측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선호하는 '단짠' 풍미를 살린 첵스 파맛을 개발하게 됐다. '양파링'처럼 야채맛 과자를 연상시키는 맛으로 그냥 먹거나 우유와 함께 즐기기 좋다는 설명이다.

첵스 파맛은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관통했다. 정식 출시에 앞서 공개한 6초 분량의 예고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 수 14만회를 기록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가장 먼저 제품을 맛볼 수 있는 신제품 시식단은 이틀만에 1만여명이 몰려 2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출시 4주만에 누적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한 버거킹의 붉은대게 와퍼도 소비자들의 요청을 반영한 팬슈머 제품이다.

붉은대게 와퍼는 2017년 여름 한정으로 출시됐던 제품이다. 판매가 중단된 이후로도 끊임없는 재출시 요청을 받았다.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붉은대게 와퍼는 소스와 패티가 더 맛있어졌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버거킹은 여기에 붉은대게 와퍼 모델로 배우 주지훈을 발탁해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의 영상 광고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2017년 광고의 후속편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게 누구냐?" "다시 돌아온 '게'냐" 등 유쾌한 대사를 넣어 추억과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가다.

라면업계 스테디셀러인 '팔도비빔면'과 '불닭볶음면'은 제품의 비법인 액상소스를 독립시켜 호응을 얻었다.

팔도는 지난 2017년 만우절에 기업 공식 블로그에 'NEW 팔도 만능 비빔장 출시!'라는 이미지를 게시해 주목 받았다. 이를 철석같이 믿은 소비자들은 농담이라는 사실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액상소스만 판매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팔도는 같은 해 5월 팔도비빔면 액상소스를 '만능비빔장'으로 만들어 증정품으로 선보이며 만우절 농담을 현실화했다. 이후에도 인기가 이어지자 팔도는 만능비빔장을 정식 제품화했다. 현재는 비빔국수, 비빔밥 등에 요긴하게 쓰이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매운맛소스'와 '버터간장소스'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삼양식품도 2018년 말 불닭볶음면의 핵심인 '불닭소스'를 업그레이드 해 별도 제품으로 출시했다. 불닭소스는 2017년 공식 온라인몰 '삼양맛샵'에서 한정판매돼 서버를 다운시키는 등 매서운 인기를 구가했다.

기존보다 매운맛을 강화하고 단맛을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묽은 제형으로 만들어 찌개, 볶음밥의 양념이나 튀김요리의 딥핑소스, 피자나 샐러드의 토핑소스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주시는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하면서 브랜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이색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