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인프라코어 눈물의 매각…'속 빈 강정'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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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인프라코어 눈물의 매각…'속 빈 강정' 될라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18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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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계열사 팔아 자금 조달…당장 매출 없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적도

[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선다. 인프라코어는 두산 계열사 중에서 몇 안 되는 캐시카우인 만큼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그룹이 속 빈 강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포함했다. 최우선 순위로 꼽히던 두산솔루스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후순위로 미뤄뒀던 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선 것이다.

건설기계와 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8조1858억원으로 전년보다 5.9%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8404억원에 달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36.27%) 매각대금은 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중공업이 이 매각대금을 활용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05%를 매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순이다. 인프라코어와 밥캣의 이익이 연결 재무제표 형태로 중공업에 도움을 주는 식이다.

두산그룹은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파는 대신 또 다른 알짜 계열사인 두산밥캣은 그룹에 남길 수 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06억원(개별 기준)으로 전년(41억원)보다 크게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다만 두산그룹이 돈이 되는 자산을 매각해 중공업을 살리더라도 자금을 조달해줄 대책 없이는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요구 및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 추세에 맞춰 가스터빈 등으로의 사업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가스터빈 시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등 3개 회사가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어 두산중공업이 이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최소 5년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중공업이 장기적으로 가스터빈 사업 등을 키울 수 있도록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전 정부의 기조에 맞춰 원전 투자를 확대했다가 현 정부의 기습 탈원전 정책에 직접적 타격을 입었다.

현 정부는 2018년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등에 이미 7000억원을 투입한 상태였다. 건설 취소로 최소 7000억원의 매몰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또한 두산중공업의 원전 1기당 매출이 1조2000억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신규 건설이 취소된 원전 6기에서 뽑을 수 있는 매출 8조원가량이 사라졌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2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7000억원이 투입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동안 안정적인 사업 구조 재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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