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앞두고 시중은행·시민단체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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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행 앞두고 시중은행·시민단체 '온도차'
  • 임이랑 기자 iyr625@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18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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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련 부서 신설" VS 시민단체 "누더기 법안"
사진=지난 15일 금융정의연대 및 신한은행 라임 CI 펀드 피해고객연대가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2차 고소장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지난 15일 금융정의연대 및 신한은행 라임 CI 펀드 피해고객연대가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2차 고소장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내년 3월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제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시중은행은 제2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 등의 참극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시민단체는 소비자 권익 보호차원에서 금소법이 제정된 것은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내년 3월에 시행되는 금소법은 금융회사가 상품을 판매하면서 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부당 권유를 했을 때 금융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이에 따른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된다.

특히 금융사는 소비자가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 위법행위에 대한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이는 기존 소비자가 설명의무 위반을 입증해야 했던 문제점이 개선된 것이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금소법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소비자보호 권익강화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소비자보호 권익강화 자문위원회'에는 외부전문위원 4명과 내부위원 1명으로 운영된다.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해 자문 결과에 따라 소비자보호 정책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민은행은 DLF와 라임사태에서 여타 시중은행보다 자유롭지만 금소법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섰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본부를 소비자보호그룹으로 재편했다. 각 지역본부에 별도 인력을 투입하고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과제를 점검한다. 영업점에서 발생한 고객의 불만사항 해결을 지원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 제도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고객 관점에서 영업점 불만사항을 살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기존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재편했다. 새로 신설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 조직으로 운영해 고객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기존 겸직체제로 운영되던 소비자보호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독립 배치했다. 추가적으로 투자상품위원회 상품 도입 절차 내 리스크 관리기능을 강화하고 상품위원회를 ▲투자상품위원회 ▲은행 상품위원회로 분리 운영한다.

NH농협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강화해 금소법 TF(테스크포스)를 꾸려 운영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금융소비자그룹 산하에 금융소비자지원부와 금융소비자 보호부를 분리해 각각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조치와 사후 관리를 맡겼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은 금융소비자보호 조치를 통해 키코·DLF·라임 사태를 통해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시민단체는 누더기가 된 금소법과 함께 시중은행들의 행동이 못 미더운 눈치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시중은행들이 '소비자보호 부서'를 만들어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금소법에는 금융시민단체가 그동안 금융당국 및 국회에 요구해왔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등이 빠져있다. 결국 금소법이 시행되더라도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시 다액의 금융소비자 및 소액의 금융소비자들이 효과적으로 피해보전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과실입증책임에서 설명의무 위반은 포함됐지만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빠졌다. 최근 발생한 DLF사태에서 투자자 성향이 조작된 부분이 논란이 됐지만 이를 해결할 법적 근거가 금소법에는 없다. 사실상 금소법이 시행 되더라도 여전히 금융소비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 가입 시 녹취와 수기를 해야 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시중은행들은 과거에도 금융소비자보호 부서를 만들어놓고 운영을 해왔었다"며 "정말 금융소비자를 위한다면 금융소비자보호 부서에 은행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금소법이 제정된다하더라도 은행 및 금융회사들의 실적압박이 존재하는 한 불완전판매는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금융상품에 대한 잘못된 설명 및 투자 적합성을 조작하는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금소법에 설명의무위반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없는 것보다 낫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가 빠졌고 적합성·적정성 원칙도 없어 반쪽짜리로 전락한 법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소법이 시행됨과 동시에 개정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금소법 원안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소법은 지난 2012년 제18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됐지만 입법되지 못한 채 20대 국회에 와서야 다시 제출된 정부안을 중심으로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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