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서울시 타깃 됐나…송현동 부지 '공원화' 의도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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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서울시 타깃 됐나…송현동 부지 '공원화' 의도에 촉각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17일 0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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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원화 계획 발표에 입찰 참여 '0'…재계 "공권력 동원한 횡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사진=서울시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사진=서울시

[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서울시가 이 땅을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후 지난 10일 마감한 예비 입찰에 15곳에 달했던 매수 희망자 중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은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본을 확충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지난 10일 마감한 예비 입찰에서 응찰 건수는 '0'건이었다. 당초 투자 설명서를 받아간 기업·기관 등이 15곳에 달했지만 정작 응찰은 단 한 곳도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월 대한항공 이사회는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송현동 부지 등 비수익 유휴자산 매각 추진을 의결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한 달 뒤인 3월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며 관련 계획을 대한항공에 통보했다. 당시 서울시는 "만약 대한항공이 제3자에 부지를 매각할 경우 서울시는 재매입해서라도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까지 했다.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공원 조성 계획을 강력히 밀어붙이면서 매수 희망자들은 개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에 따른 여객 감소로 매출이 80% 이상 급감한 대한항공은 이 땅을 9월까지 팔아 운영 자금과 채무 상환 등에 쓸 계획이었다. 매수 희망자가 몰리자 업계에서는 시세 5000억원인 이 땅의 매각 대금이 600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개입으로 대한항공의 자구 계획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책정한 보상비 4671억원은 시세보다도 낮은데 이마저도 계약금 10%를 내년에 지급한 뒤 2022년에 차액을 지급한다는 방침이어서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은 이를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비 입찰 파행 소식에 대한항공 노조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각의 발목을 잡지 말고 정당하게 경쟁 입찰에 참여해 합리적인 가격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20년간 묶여있던 땅을 임기 말에 공원화한다는 것은 정치적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 임기 종료에 맞춘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해 다음 달부터 객실 승무원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최대 1년간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 이번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발될 경우 기내식 사업부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권력을 동원한 횡포"라며 "사유지인 송현동을 공원으로 만들겠다며 공개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대한항공의 매각 계획을 방해하고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송현동 부지는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다가 약 20년간 공터로 남아 있다.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인 뒤 호텔 등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학교와 인접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백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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