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이대로 아시아나 인수 못한다"…채권단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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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이대로 아시아나 인수 못한다"…채권단 선택은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6월 11일 0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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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에 사실상 인수가격 인하 요구 압박…채권단 경고장에 대한 '맞불'

[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있지만 인수 상황 재점검과 인수 조건 재협의가 필요하다고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결정권이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간 가운데 채권단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DC현산은 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며 "인수 상황 재점검 및 인수 조건 재협의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HDC현산 측에 "6월 27일까지 인수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번 HDC현산의 보도자료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전망이 어두워졌고 정부의 지원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에도 큰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인수 방법과 시기 등 모든 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협상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 체결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되고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작년 말 기준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되고, 1조7000억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무려 4조5000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계약 기준인 작년 반기 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 또한 같은 기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연간 순손실과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을 합해 모두 8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27일 체결된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양측은 6개월 후인 오는 27일까지 거래를 종결하기로 약속했다. 단 해외 기업결합승인심사 등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합리적인 기간만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게 돼 있다. 현재 러시아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까지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채권단은 내용증명을 보내 "인수 의지를 밝히지 않은 채 무조건 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압박에 나섰다. 인수 의지를 밝히든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하든지 정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HDC현산이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다시 표명한 만큼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HDC현산의 이번 발표는 결국 채권단이 인수 대금을 깎는 데 동의한다면 인수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인수 계약 자체를 깰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제공할 수 있는 '당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단 내에서는 금호산업 보유 주식의 인수 시기 및 가격 변경, 영구채의 전환조건 완화, 유상증자 시기 및 단가 변경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SPA 체결 당시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228억원에 사고, 약 2조1771억원의 유상증자를 약속했다. HDC현산 입장에서는 증자 시점을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미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증자를 서두르면 자본을 까먹다가 채권단의 증자 등으로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 2조5000억원을 주고 현 상황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결정권을 다시 쥐게 된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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