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 디자인 베끼기 논란…무너진 '양반'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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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F&B, 디자인 베끼기 논란…무너진 '양반' 체면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5월 27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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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밥, 죽 이어 국탕찌개까지 신경전…"외적 요소 지적에 유감"
동원F&B가 최근 선보인 양반 육개장(왼쪽)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육개장 제품 사진
동원F&B가 최근 선보인 양반 차돌육개장(왼쪽)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차돌육개장 제품 사진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동원F&B(대표 김재옥)가 연 매출 500억원을 자신하며 야심차게 출시한 국·탕·찌개 간편식(HMR)이 초반부터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상대는 관련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국·탕·찌개' 제품으로 양사는 최근 몇 년 간 디자인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터라 귀추가 주목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상온 한식 레토르트(국·탕·찌개·찜) 시장 규모는 2018년 1654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1998억5700만원으로 확대됐다. CJ제일제당의 점유율은 2018년 57.8%, 지난해 57.3%로 압도적 1위를 지켰다. 이 뒤를 오뚜기, 대상 등이 추격하고 있다.

동원F&B도 35년 전통의 한식 브랜드 '양반'을 앞세워 국·탕·찌개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양반 국탕찌개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500억원이다. 2022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제품군으로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동원F&B는 광주공장 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신규 첨단 특수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동원F&B가 양반 국탕찌개 출시를 알린 당일부터 "비비고 국탕찌개와 패키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레이아웃을 3분할하고 제품 조리사진을 상단 왼쪽에, 제품명을 중앙에, 제품 조리방법을 하단에 배치한 점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각각의 레이아웃에 갈색과 상아색, 붉은색을 사용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반응이다.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같은 제품군을 한 매대에 진열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으로 혼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 간 발생한 디자인 베끼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회사는 2017년에는 컵밥, 지난해에는 파우치 죽 패키지를 두고 다퉜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오뚜기와 동원F&B이 자사 '컵반'을 모방했다며 해당 제품의 생산·수출 등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컵반은 컵라면 모양의 일회용기에 국·탕·덮밥 등을 담고 그 위에 즉석밥을 끼운 형태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4월 컵반을 처음 선보였고 동원F&B와 오뚜기가 같은 해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내놨다.

당시 재판부는 세 제품의 형태가 동일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를 모방에 따른 부정경쟁 행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CJ제일제당은 또 동원F&B가 지난해 7월 출시한 '양반 파우치죽'이 자사 '비비고 죽' 패키지와 디자인 구성이 유사하다며 디자인을 변경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당시 동원F&B는 "통상적인 파우치 죽의 형태"라며 이를 거절했다. 아울러 제품 출시 전 변리사 사무소를 통해 디자인 등록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형태 모방 행위를 가리려면 디자인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중요한데 패키지 모방의 경우 이를 법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이처럼 일각에서 불거진 베끼기 논란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통상적인 디자인이라는 입장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양반 국탕찌개 제품은 양반 파우치죽 디자인의 연장선상"이며 "제품 품질이 아닌 외적인 부분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점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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