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주의 돋보기] "악재에 또 악재"…이태원 상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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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주의 돋보기] "악재에 또 악재"…이태원 상인의 눈물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5월 18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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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지난 11일 오후 썰렁한 이태원 거리를 걷다가 한 귀퉁이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매장 한편에 앉아있던 50대 남성과 여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나친 환대에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텅 빈 식당을 둘러보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주인 정모(55)씨는 이곳에서만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는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 TV프로그램까지 출연했다. 그에게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묻자 "이런 적은 단언컨대 식당 문 열고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때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상권이었던 이태원은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과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쇠퇴해 왔다. 특히 올 들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태원 상권은 더욱 위축됐다.

최근 정부의 방역 기조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됨에 따라 이태원 상권 역시 점차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이곳 상권의 상황은 오히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3월보다 더욱 악화됐다.

이렇게 되자 이태원 상권이 초유의 '공실 사태'를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태원 지역의 상가 4곳 중 1곳은 공실 상태다. 공실률이 26.4%로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가장 높다. 서울의 평균 공실률은 8.0%다.

이태원 상권은 원래 클럽이나 바 등에 유동인구가 많이 찾는 곳이어서 다른 업종의 경우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곳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클럽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업종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비단 발원지인 이태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그 여파는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상 속에서의 '생활 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클럽 사태에서 보듯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생활'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오늘 당장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이태원 상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이 잃은 일상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생활을 가능케 하는 대책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와 사회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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