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우리가 배달앱 수수료에 민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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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우리가 배달앱 수수료에 민감한 이유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4월 06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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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집집마다 음식점 홍보 전단지가 온다. 치킨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한다.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다. 첫 등장 당시만해도 생소한 서비스였던 배달앱이 이 자리를 메웠다.

"치킨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는 광고 멘트로 호기심을 자아냈던 배달의민족이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후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 위메프오, 쿠팡이츠 등이 줄줄이 출사표를 내며 시장이 확대됐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2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회사 딜리버리 히어로(DH)에 합병됐다. 세 회사의 점유율 합은 99%다. 시장 독과점이 발생해 수수료 인상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꾸준히 새어 나왔다. 수수료 인상은 곧 점주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부터 과금 체계를 기존 '정액제'에서 배달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정률제'로 변경했다. 주문 1건당 5.8%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배민은 이 수수료율이 '전세계 최저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정률제 체계에서는 정액제 시절 발생하던 '깃발 꽂기'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월 8만8000원을 내면 음식점을 지역별 검색결과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기존의 '울트라콜' 체계에서는 자금력이 곧 주문건수로 직결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돈을 많이 내는 업체가 아니라 주문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이 상단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업체 측 설명만 들으면 배달 음식의 본질인 '맛'과 '신속성'에 집중함으로써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윈윈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배민 수수료율 변경으로 부담이 늘었다' '메뉴 인상을 고려한다'는 글이 등장했다.

나아가 소상공인연합회는 배민의 과금 체계 개편을 공식 비판하고 나섰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지출이 그대로인 가운데 배달앱 지출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배달앱은 제2의 임대료'라는 외식업계의 성토와도 맞닿아 있다.

소공연은 매출이 월 3000만원이면서 '깃발'을 3개 꽂았던 소상공인을 예로 들었다. 이 경우 기존 26만원이었던 배달앱 수수료는 670% 늘어난 174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과금 체계 변경으로 전국 음식점 52.8%가 혜택을 본다던 배민의 주장과 정반대다.

'생활 필수 앱'이 된 배달앱 수수료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 계산에는 허점이 있다. 월 3000만원의 매출이 오롯이 배달 매출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시행된 지 불과 사흘밖에 지나지 않은 이번 방안에 대해 소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배민과 DH의 합병에 따른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지난해 12월 합병 발표 당시와 최근 수수료 체계 개편 때도 한결 같이 "합병 후에도 수수료 인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수수료를 덥석 인상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장 사라지면 생활이 불편하다고 느끼게 될 정도로 일상에 깊숙하게 침투한 배달앱. 그렇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에 더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례에서 그렇듯 제도 개편은 누군가에게 독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다. 정말 '독소 조항'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뜸 들이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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