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서울에 사는 김길현(39)씨는 이달 초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하루에 두 번씩은 유튜브에 접속한다. 견본주택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리포터가 집안 곳곳을 누빈 덕분에 견본주택을 방문하지 않고도 주택 내부를 꼼꼼히 살필 수 있었다. 그는 "비슷한 시기 분양하는 여러 단지를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이버 견본주택이 대세가 됐고 우려와 달리 청약 열기는 지난해보다 더 뜨거워졌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소비자 반응이 뜨거워 앞으로 이를 더 적극 활용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VR을 활용한 사이버 견본주택 등장이다. 지금껏 건설사들은 금요일에 실물 견본주택을 연오픈해 주말 동안 수만명씩 운집한 가운데 뛰어다니며 '집객 효과'를 강조한 홍보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앞다퉈 모델하우스 대신 사이버 견본주택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활용한 홍보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소비자와의 접촉도 사이버 견본주택에 시너지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부평의 경우 유명 리포터와 부동산 전문가가 함께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과천제이드자이도 사이버 견본주택을 오픈한 지난달 2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소비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실제 사이버 견본주택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인 곳은 분양 성적도 좋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사이버 견본주택을 오픈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145.7대 1), 과천제이드자이(193.6대 1), 힐스테이트 부평(84.3대 1),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22.3대 1) 등 모두 치열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조기 마감됐다.

건설사들의 분양시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분양광고 역시 이색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서 분양에 나선 '송도 AT센터'의 경우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천테크노파크(ITP) 재단 사내 식당에 비말을 통한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식당에 사업지 소개가 부착된 칸막이를 설치했다. 송도 AT센터는 오피스텔,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구성된 높이 144m의 복합단지다.

송도 AT센터 분양 관계자는 "외부 홍보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번 마케팅을 기획하게 됐다"며 "칸막이를 함께 제공하는 만큼 감염 예방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어 공적 활동에도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따라 비대면 마케팅 시장의 확대를 넘어 장기적으로 마케팅시장 전체가 변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계자는 "사이버 견본주택과 유튜브를 통한 마케팅 강화를 기본으로 배달앱을 통한 주문 시 사업지 광고 전단을 함께 제공하거나 등산 등 감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의 오프라인 홍보가 생기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 할수록 보다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부동산시장을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현 시점이 가장 보수적인 부동산 분양시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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