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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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3월 24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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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출 지원보다 결손 보전 비중 둬야"

"당장 급하다고 수출의 뿌리를 자르겠다고?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해보면 힘들더라도 한국은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해외 다른 국가가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서러움을 조금 참는다면 결과는 더 좋을 듯하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코로나19로 중국의 봉쇄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쳤을 때 페이스북을 통해 과감하게 '개방'이라는 단어를 꺼내 여론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는 1986년 대우증권 공채로 입사후 미래에셋대우 사장까지 역임하는 등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경제전문가다. 퇴임 후에는 한국경제 발전에 대한 저술과 강연을 펼쳤으며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 영입인재로 주목을 받았다. 증권, 금융 등 실물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분석에도 능통한 그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및 극복방안, 정계 진출 계기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면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고조 됐을 때 페이스북을 통해 감정적 대응이 아닌 현실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인지요?

==한국의 2019년 기준 대중국 수출은 25%(1,362억달러)를 차지합니다. 중국 경제 영향력이 강한 홍콩(5.8%), 대만(2.9%)으로의 수출까지 포함하면 33.8%나 되는데요. 추가로 중국과 경제적 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도 한국은 17.6%나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최대 자원소비국인 중국은 중동, 호주, 브라질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이 꽤 높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중국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의 세계경제 비중은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03년 4%에 비해 4배인 18배까지 성장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도 경험했듯이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경제적 보복을 가할 것입니다. 결국 피해는 우리 기업들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입국금지를 선제적으로 시행했던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중국을 추월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몽골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았냐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인구밀도 등 현실적 한계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509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이고, 몽골은 1제곱킬로미터당 1.7명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낮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많은 분들이 제 글에 공감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 페이스북의 "'양적으로 한국은 선진국'이다. 이번에 확실하게 '질적 선진국'으로 가면 좋다"는 글귀를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양적 선진국의 근거는 무엇이며 질적 선진국의 조건과 우리나라의 실현 가능 여부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양적 선진국의 근거로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14년부터 순대외자산국이 됐고 2019년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는 39.5%입니다. 기초가 탄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이테크 산업에 서도 무역흑자를 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큰 수요 중 하나가 반도체인데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있어 독보적인 강국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미 양적으로 선진국입니다.

이에 더해 질적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비율이 4.81%로 세계 1위권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비 상승까지 이어져야 확실한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또 2020년부터 자연인구 감소가 시작돼 인구 절벽 문제가 현실이 됐습니다. 생산 인력 감소는 생산량 저하로 이어지고 산업 전반의 침체를 야기합니다. 지금의 빈약한 내수규모는 더 비참해지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더 고착화 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현실적 개선방안을 찾고 장기적으로 수출 제조업이 아닌 혁신성장을 위한 새로운 산업 모델을 구상해야 합니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한국경제에 대해 1분기 역(逆)성장 가능성을 인정했으며 국제신용평가사 등도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점치고 있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얼마로 예상하시는지요?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는 일시적인 충격 정도로 봤겠지만, 지금부터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강력한 부양책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나친 비관론에 빠지면 경제 회복이 더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힘들지만 용기를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에 1990년대 극단적인 비관론이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어려워진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정부는 연이어 경제회복 시기를 늦추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요?

==사스의 경우 감염병 확산이 중국과 주변국에만 국한됐었고, 유행 기간도 짧아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미국과 유럽 등에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스 때에 비하면 경제에 타격을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줬던 역대 위기들이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6개월쯤 지나면 대부분 정상궤도로 돌아왔습니다. 이 경험에 비추어 우리 경제의 회복 시기는 4분기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코로나19 이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정부는 대출지원에 주력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계는 없다고 보시는지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용 경색입니다. 다른 국가들도 이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신용보강에 나서고 있는데요. 기업이 도산하게 되면 이후 경기가 회복돼도 고스란히 피해는 남고 성장 잠재력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출지원은 본 용도대로 사용되도록 관리만 잘 해주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내수활성화가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가 관건입니다. 내수 활성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빚만 늘어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미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추경에서도 대출지원 보다는 결손 비용 보전에 비중을 더 많이 더 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홍성국 대표는 1963년생 충남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대우증권 공채로 입사한 후 미래에셋대우 사장에 올랐다. 저서 <수축사회>,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 등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흐름에 날카롭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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