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건주의 돋보기] GTX, 하던 것부터 마저 잘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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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주의 돋보기] GTX, 하던 것부터 마저 잘 하시라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3월 24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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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4·15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 후보들은 어김없이 '교통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같은 교통호재는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에 제격이니 십분 이해가 간다.

경기 안양 동안갑 여야 후보의 경우 앞다퉈 GTX-C노선 공약을 내걸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GTX-C노선의 인덕원역 정차를 끌어내겠다고 했다. 민 후보와 맞붙는 임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도 GTX-C노선이 정부과천청사역 대신 인덕원역에 정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두천·연천에 출마한 김성원 통합당 후보는 동두천·연천까지 GTX-C노선 연장, 경원선 복선전철 신탄리 연장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김 후보와 맞붙는 서동욱 민주당 후보도 GTX-C노선을 동두천까지 연장해 동두천과 연천이 유라시아 대륙을 겨냥하는 전초기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후보들이 하나같이 GTX를 부르짖으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GTX는 웬일인지 KTX만큼이나 친근하게 느껴진다. 하도 오래전부터 듣다보니 그런지 한 번쯤 타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GTX는 2009년 최초 계획 발표 이후 10년이 넘도록 '공사 중' 혹은 '계획 중'이다.

3개 노선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은 2018년 말 착공식을 했지만 일부 구간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 간 소송이 얽혀 2023년 개통은 미지수다. B노선은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 착공까지 2년이 남았고, C노선도 지자체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상황이 이런데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서부권역에 D노선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무차별적인 공약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A노선도 계획이 발표된 이후 실제 착공까지는 거의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재원 마련 방안은 물론 세부 노선 계획도 없는 D노선 추진 소식을 듣고 있자니 "하던 것부터 마저 잘 하시라"는 말이 나올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의 광역교통 대책도, 지역구 후보들의 공약도 모두 표심잡기를 위한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가 이런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사업을 실제 빠르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번에도 허송세월만 보내면 정부 정책은 믿을 수 없다는 학습효과만 국민들의 머릿속에 더욱 강하게 각인될 것이다. 교통호재만 바라본 지역 주민들은 10년 넘게 희망고문만 당하고 있다. 제발 하던 것부터 마저 잘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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