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계 애플' 쥴 랩스, 폐 손상 논란에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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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계 애플' 쥴 랩스, 폐 손상 논란에 악화일로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3월 17일 0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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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점 폐쇄, 인력 감축에도 철수설 일축…인체유해성 검사결과에 촉각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쥴 랩스가 한국에 도전장을 낸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철수설'이 거론될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쥴 랩스는 폐쇄형(CSV) 액상 전자담배 '쥴'로 미국에서는 설립 3년여만에 시장가치가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비상장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혁신성을 인정 받아 '전자담배계 애플'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한국에는 지난해 5월 진출했지만 본고장인 미국에서 불거진 폐 손상 논란에 내홍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쥴 랩스의 쥴, KT&G의 릴 베이퍼 등이 대표적인 CSV 액상담배는 지난해 5분기 100만 포드(1포드=1갑) 판매되는 데 그쳤다. 980만 포드가 판매된 3분기와 비교해 89.8%나 쪼그라들었다.

미국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화근이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쥴에서 검출된 대마유래성분(THC)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폐 손상을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과일맛, 민트맛을 내는 쥴의 가향 카트리지의 경우 청소년의 흡연을 부추긴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해 9월 '사용 자제' 권고를 내렸고 10월에는 '사용 중단'으로 수준을 격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쥴의 '팟 크리스프', 릴 베이퍼의 '시드 토박'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0.8ppm, 0.1ppm씩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 검출량은 미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식약처는 사용 중단 권고를 올해 상반기 인체유해성 연구가 발표되기 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전자담배의 주요 유통채널인 편의점은 관련 제품을 매대에서 완전 철수시켰다.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릴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며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었지만 쥴 랩스는 한파를 피하기 힘들었다.

결국 쥴 랩스 코리아는 지난 1월 그간 판매 실적이 부진했던 것을 시인하며 한국에서의 사업 전략을 검토하는 과정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직원 100여명 가운데 70명 이상을 감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6일에는 재차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직영점인 '쥴 스토어' 3곳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8일자로 쥴 스토어 세로수길지점, 광화문지점, 연남지점은 문을 닫았다.

본사는 연 1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부담에 서울 강남구 한성청담빌딩에서 철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쥴의 국내 출시를 진두지휘했던 이승재 쥴 랩스 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사임했다.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쥴 랩스는 "사실 무근"이라며 편의점, 소매점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난 9일경부터는 편의점에서 쥴의 전용 필터인 팟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에서 논란이 된 가향 필터는 제외하고 '클래식'과 '프레시' 2종에 한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사용 중단을 권고하기는 했지만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나올 인체유해성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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