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코로나19, 대기업 면세점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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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코로나19, 대기업 면세점도 힘들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3월 11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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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전 세계 공항 5위권에 빛나는 인천국제공항이 한산해졌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여행을 꺼리는 가운데 한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9일 인천공항의 여객 수는 2만124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당시인 2003년보다도 낮다.

여객 수 감소는 곧 공항에 입점한 컨세션(식음료 위탁운영)과 면세점 이용객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사드 사태를 막 극복해낸 면세점 업계는 다시금 중국발 전염병 악재로 긴 터널을 지나게 됐다.

실제로 지난 1월 면세점 매출은 2조247억원으로 전월대비 11.3% 줄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에는 더 큰 감소폭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3사의 2월 공항 면세점 매출은 절반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공항에서 면세품을 찾고 식사 장소를 물색하느라 시간이 빠듯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가운데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에 입점한 중소기업 면세점의 임대료를 6개월간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대기업 면세점까지 매출이 얼어붙은 가운데 임대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단 2곳뿐이기 때문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과 SM면세점·엔타스듀티프리 등 중견기업은 제외된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17일과 27일 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공사는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업계도 뜻밖의 결과에 당황한 모양새다. 메르스, 신종플루 때보다 어려운 실정인데 지원책은 그에 못 미친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면세점 협력사들이 임대료 인하 대상을 중견·대기업으로 확대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협력사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청원자가 "면세업체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희생자는 협력업체"라고 호소했다. 대기업 면세점이 어려워지면 결국 협력업체도 생존 위협을 받게 된다는 취지다.

1조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수익은 총 1조761억원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비중이 91.5%(9846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비중은 2% 수준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원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웃 나라의 사례를 떠올리면 더욱 씁쓸해진다. 아시아 4대 공항인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을 비롯해 홍콩국제공항, 태국 내 6개 공항은 코로나19 사태로 일정 기간 면세업자들의 임대료를 감면해줬다.

세계 유수 공항들과 경쟁하는 인천공항 입장에서도 수익성 감소는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수십년간 함께해 온 면세업계와의 상생, 면세점 협력사들의 생업을 고려하는 현명한 자세가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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