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증가율 사실상 '0' 환란이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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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 증가율 사실상 '0' 환란이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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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3월 30일 0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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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장인들의 근로소득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기업들의 저축률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올린 수익을 투자에 쓰지 않고 현금으로 쌓아놓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투자 부진 등은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근로소득 증가율, 환란후 최저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의 노동소득을 나타내는 피용자보수는 471조3천억원으로 전년(449조 원)보다 5.0% 증가하는데 그쳐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연간 피용자보수 증가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 4.3% 감소한 뒤 1999년 5.1%, 2000년 8.9%, 2001년 9.8%, 2002년 10.0% 등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그러나 2003년 9.0%, 2004년 8.3%, 2005년 7.3%, 2006년 6.0%로 둔화하다가 지난해 5%대로 내려갔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4.7%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근로소득 증가율은 사실상 0%대에 그친 셈이다.

근로자의 소득이 늘지 않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임금 인상을 억제한데다 고용 사정 역시 악화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 분배율도 2007년 61.1%에서 0.5%포인트 하락한 60.6%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피용자보수에 잡히지 않는 소규모 자영업자가 많은 데다 임금상승률이 둔화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피용자보수의 증가율 둔화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고, 근로자들이 기업들로부터 상여금을 비롯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도 취업자 수와 임금수준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자리 나누기는 근로자들의 초과근로수당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피용자 보수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 현금 쌓아놓는 기업들

반면 기업들의 저축률은 크게 높아졌다.

한은의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기업 저축률은 2007년 15.8%에서 2008년 17%로 상승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기업 저축률은 1998년 8.7%를 기록했으나 2000년대 들어 15%대 중반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기업(비금융 법인)들의 이자소득 증가율도 2007년의 15.8%에서 2008년 23.6%로 껑충 뛰었다.

기업 저축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들은 지난해 경영 환경 악화에도 비교적 많은 영업 잉여를 올렸다. 지난해 비금융법인의 영업잉여는 약 162조 원으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유사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상품에 전가하면서 영업 잉여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지난해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자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크게 올렸고, 주유소들은 이를 다시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다.

특히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정유사들은 주유소 공급 가격을 내리지 않아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업들의 저축률이 높아진 것은 세계 경기 침체로 투자를 꺼린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국내총고정투자율은 전년의 28.6%보다 소폭 상승한 29.1%를 기록했다. 이는 실제 투자가 늘어났다기보다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환율 상승으로 급등하면서 명목 투자금액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투자가 부진하면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지면서 고용 창출 능력도 약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더욱 과감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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