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가능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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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사회
  • 박항준 세한대 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0년 03월 06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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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개발이 한창일 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빨간 바지'를 기억하실 것이다. 1980년대 말 극성을 부렸던 '복부인'들이 별나게 빨간 바지를 입고 부동산 시장을 누볐다는 사실에 근거해 만들어낸 이야기다. 고위층 부인들이 미공개 정보를 먼저 입수해 투기에 앞장섰다는 풍문이 횡행했던 시절이다. 빨간 바지로 인해 국민의 상실감과 갈등은 더욱더 높아졌다.

강남에서 쫓겨난 농민이 판교와 용인으로 옮겨와서 농사를 짓다가 대박이 났다는 미담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벼락부자가 된 졸부들의 이야기가 서민들의 부러움과 허탈함의 가십거리였다.

지난 1월 연합뉴스에서 실시한 시민의식 조사에서 서울 시민 10명 중 7명이 우리 사회 전반의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가장 불평등이 심각한 분야로 부동산을 꼽았는데 심각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세대는 30대였다. 가진 자들이 반칙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17년차 판검사 월급이 740만 원대다. 그런데 고위법관 평균재산이 평균 27억에 달한다. 실 수령액을 받은 그대로 30년을 모아야 가능한 수치다. 급여생활자가 정상적인 부(富)의 축적 방식을 통해 이 정도 재산을 모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그들은 재산을 어떻게 모으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서부터 청년들은 의심하기 시작한다. 부의 대물림, 상속, 자산이 많은 배우자와의 결혼 그리고 불법적인 방식을 떠올리지만 가장 큰 부의 축적 수단은 대부분 부동산 투자였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국부의 80%에 이른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 과정을 30대들은 공평한 게임이었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 소득 3만달러 시대가 도래 했어도 우리들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국민의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봐야한다. 국민들은 정당한 부가 축적되는 정의사회,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은 공정 사회, 기회가 균등히 배분되는 형평사회를 원한다. 삶의 편안함 속에서 내가 노력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안정된 사회를 말이다. 즉, '예측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측 가능해야지만 좋은 집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스타트가 늦더라도, 스카이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정한 게임 하에서라면 희망이 생긴다. 불법적 부(富)의 축적은 반드시 대가를 치룬다는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국민은 법을 지키고 정부를 믿게 된다.

이런 사회가 바로 우리가 바라는 '예측가능사회(predictable society)'다. 자유민주주의는 예측 가능한 경제시스템이 가장 큰 장점이고 모두가 노력해야만 하는 근거를 제공해주는 배경이다. '예측가능사회' 로 항해할 수 있어야 미래 경쟁력이 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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