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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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윌리스/동아시아/1만2000원

[컨슈머타임스 하주원 기자]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세계적인 작가 대니얼 월리스의 소설 '빅 피쉬'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에서 처음 선보여지는 뮤지컬 '빅피쉬'와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피쉬'의 원작이다. 

빅 피쉬는 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색다르게 풀어낸 작품이다. 사건과 인물의 리얼리즘 묘사와 꿈·신화·동화에서 끌어낸 요소들이 잘 결합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일즈맨으로 밖으로만 떠돌다가 죽음을 앞두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 아버지는 거인을 정복하고 아름다운 인어와 사귀었으며, 진실을 꿰뚫어 보는 유리 눈의 노파를 만나고, 홍수를 잠재우고, 전장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모든 이의 영웅이었다. 집 밖에서는 그런 대단한 모험을 하는 영웅인 아버지는 집에만 오면 왠지 왜소하고 낯설어 보였다. 

아들 윌리엄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들려준 이야기를 근거로 아버지의 삶을 신화처럼 재구성한다. 이제껏 아버지는 그에게 현실 속 인물이라기보다 마치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신화 속의 영웅처럼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가 아들에게 들려주었던 무용담은 실제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꾸며낸 것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자라남에 따라 아버지는 줄어들었다. 이런 논리라면 언젠가 나는 거인이 될 것이고 에드워드 블룸은 너무나 작아져서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윌리엄은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스스로 되풀이하면서 그것은 아버지의 세계를 이해하는 작은 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위대함과 실패를 이해 해나간다. 

삶의 무대에서 오직 '조연'이었던 아버지도 한때는 청년이었고 소년이었다. 빅 피쉬는 '아버지'라는 이름에 가려진 한 남자를 재발견할 수 있다. '아버지'라는 해묵은 주제를 웃기면서도 슬프고 허무맹랑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탁월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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