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봉테일"…기생충 특수로 활력 찾은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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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봉테일"…기생충 특수로 활력 찾은 유통가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2월 14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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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 특식으로 등장한 짜파구리, 미국선 컵라면 출시도 검토
기택(송강호)네 가족이 마신 발포주·소주에도 소비자 관심 비상
농심 '짜파구리'와 '너구리'를 조합해 만든 '짜파구리'가 기생충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농심 '짜파구리'와 '너구리'를 조합해 만든 '짜파구리'가 기생충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를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국내 유통업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 답게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속 인물들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활용했다. 해당 제품들이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으며 '코로나 사태'로 움츠러들었던 유통업계에 화색이 도는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바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다. 부유층인 연교(조여정 분)가 "한우를 넣어 짜파구리를 만들어 달라"고 가정부에게 주문하는 장면은 빈부격차를 실감시키는 매개채로 활용됐다.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제조사인 농심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의 거래선과 소비자들로부터 짜파구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여세를 몰아 자사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지난 7일 기생충 상영을 시작한 영국에서는 홍보물을 제작해 짜파구리를 알리고 있다. 농심 미국법인은 보다 쉽게 짜파구리를 즐길 수 있는 컵라면 제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짜파구리의 기생충 효과는 편의점에서도 입증됐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에 따르면 아카데미상 시상식 직후인 10~11일 짜파구리 재료인 너구리와 짜파게티 봉지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2% 증가했다. 두 제품의 컵라면 매출도 34% 늘었다.

이에 GS25는 자체 쇼핑 앱을 통해 기생충 속 레시피를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짜파게티와 너구리, 부채살, 채끝살 등으로 구성된 '부채살 짜파구리' 세트를 1000개 한정으로 내놨다.

CJ ENM이 기생충의 투자 배급을 맡았던 만큼 CJ 전 계열사는 잔치 분위기다.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 위탁운영 점포에서 이달 중 순차적으로 짜파구리 특식 6만인분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상식 다음날인 지난 11일 CJ ENM 구내식당에서 600인분을 준비해 점심으로 제공한 결과 직원뿐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반응이 뜨거워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CJ CGV는 오는 25일까지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수상 기념 특별전을 전국 주요 영화관 32곳에서 실시하며 코로나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다.

기택(송강호) 가족이 무직 시절 마시던 가성비 맥주 '필라이트'
기택(송강호) 가족이 무직 시절 마시던 가성비 맥주 '필라이트'

극중 주인공들의 신분 상승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주류에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택(송강호) 가족은 무직이었던 상황에서 발포주를 마셨지만 취업 후 자축하는 장면에서는 수입맥주를 소고기와 함께 먹는 것으로 묘사된다. 극 초반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는 장면에는 소주도 등장한다.

여기서 등장한 발포주는 '필라이트', 소주는 '참이슬'로 모두 하이트진로 제품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 시나리오 내용도 모른 채 소품 협조를 요청받고 소주와 맥주류를 지원했는데 이것이 '대박'으로 이어지게 됐다. 특히 참이슬의 경우 '소주의 세계화'를 추진 중인 하이트진로 입장에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 출연진이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들도 깜짝 이벤트에 나섰다.

코오롱FnC는 자사 브랜드 '에피그램'과 '커스텀멜로우' 모델로 각각 활약 중인 박소담, 최우식을 축하하며 기획전을 마련했다. 오비맥주 '카스'도 자체 제작한 유튜브 영화 '아오르비'에 출연했던 최우식과 이정은을 축하하는 특전 이미지를 제작해 SNS에 게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웃을 일이 없었는데 기생충 특수로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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