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돼지슈퍼' 원형보존?…아현1구역 재개발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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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돼지슈퍼' 원형보존?…아현1구역 재개발 암초
  • 장건주 기자 gu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2월 14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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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구역지정 눈앞인데…주민들 기대감에 찬물 우려
13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돼지슈퍼.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3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돼지슈퍼. 이른 시간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컨슈머타임스 장건주 기자] 마포구가 영화 '기생충' 촬영지인 아현동 '돼지슈퍼' 인근을 원형 보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슈퍼를 한가운데 끼고 있는 아현1구역 재개발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이 구역은 재개발 구역 지정이 임박해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던 터라 이번 발표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13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아현1구역(아현동 699 일대) 재개발을 위한 주민 동의율은 60%를 넘어선 상태다. 재개발 구역 지정은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고 반대가 25% 미만이면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할 수 있다.

아현1구역은 당초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다. 이중 아현 1-3구역은 아현 아이파크로 탈바꿈해 2017년 입주가 이뤄졌다. 하지만 1-1, 1-2구역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가 지난해 주민들의 요청으로 1구역으로 통합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구역은 지하철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경기대입구)과 2호선 아현역, 5호선 애오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인근에 위치한 아현 아이파크의 경우 지난해 12월 전용 59㎡가 11억2500만원에 실거래됐다.

마포구 아현1구역 일대 전경.
마포구 아현1구역 일대 전경.

다만 마포구가 슈퍼 인근을 존치하기로 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돼지슈퍼는 이 구역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이곳을 빼놓고 재개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들의 반응 또한 대체로 부정적이다. 돼지슈퍼를 운영 중인 김경순씨는 "이 상황이 1년이나 갈지 모르겠는데 무슨 관광명소를 만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주인이 원치 않는 보존이 웬 말인가 싶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김영식씨 역시 "낡은 집에 사는 사람들을 전 세계의 구경거리로 만들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마포구는 돼지슈퍼와 슈퍼 뒤편의 가파른 계단길 등을 묶어 전 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아현동 A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구역 지정이 임박해 주민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마포구의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곳 주민들이 얼마나 주거환경 개선을 바라고 있는지 아예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현1구역은 2018년 11월 주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재개발정비구역 지정 사전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찬성이 58%, 반대는 3%에 그쳤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만 되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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