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사회와 '깨진 유리창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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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사회와 '깨진 유리창의 법칙'
  • 박항준 세한대 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0년 02월 10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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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은 지난 2015년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목표로 '어젠다 2030'을 발표하고 17개의 '지속가능 목표(SDGs)'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 문제를 비롯해 경제, 보건, 에너지, 양성평등, 교육 분야 등으로 구성된 '2030 어젠다'는 인류를 위한 "new universal Agenda(새로운 보편적 어젠다)"라는 공식 명칭이 붙여졌다. UN은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의 기아, 환경, 교육 등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세계평화와 인류의 보편적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속가능사회'를 추구하는 노력은 각국 정부차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저임금제나 공공의료보험, 선택적 복지 등은 '지속가능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속가능'이라는 말속에 숨겨져 있는 핵심 알고리즘이 하나 있는데 바로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따르면 주위 환경이 전체적으로 더럽다면 사람들은 오물을 쉽게 버린다. 따라서 범죄가 일어나기도 쉽다. 하지만 주위가 깨끗할 때에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쉽게 들통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회적 손실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나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속가능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최소 생계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범죄, 노동력 상실, 사회 불만 표출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 구조로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나온 경제 논리가 바로 '나눔의 경제'다. 가진 자가 축적한 부를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잉여자산의 일부를 나눔으로써 지속가능사회를 유지하게끔 하자는 주장이다.

정부의 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대표적인 구호가 바로 '일자리'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 일자리의 70% 이상이 바뀔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혁신과 희망의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몇 년 내에 없어질지 모르는 기존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집중한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부든 취업률과 일자리에 민감하다. 겉으로는 안전과 편안함의 '지속가능사회'를 모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 알고리즘에 따라 사회적 손실에 대비한 예방적 효과가 더 커 보인다.

결국 '지속가능사회'는 국민의 행복과는 괴리가 있다. 에너지, 안전, 환경, 일자리, 양성평등, 노인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편할 수는 있어도 행복하다고 볼 수는 없다.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으면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다. 테러나 전쟁, 기아, 문맹자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정부가 '지속가능사회'를 외치는 것은 정부가 너무 낮게 목표를 잡은 것이다.

보릿고개 잘 먹지 못하던 시대를 기억해보라. 단칸방에 서너 명의 아이들이 누워 자는 모습만 봐도 부모님들은 행복해하셨다. 오히려 희망 없이 사는 삶이 불행한 삶이다. 목표 없이 사는 게 불행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불행이며, 월급을 타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삶이 비참해진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대한민국은 이제 다른 구호가 필요하다. 국가가 아닌 국민 개개인의 행복 관점에서 바라보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국민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가 이뤄져야 한다. 그 단계가 바로 '예측가능사회'다./박항준 세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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