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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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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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RABBITS(두 토끼 잡아라)" …2011년 소비트렌드 전망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2011년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TWO RABBITS(두 마리 토끼)' 입니다."

 

가격은 저렴해도 품질은 우수한, 크기는 작지만 제품에 수많은 기능이 장착된, 예쁜 디자인에 강력한 성능을 겸비한 제품. 소비자들의 요구는 날로 다양해지고 늘어가는 추세다.

 

소비트렌드 연구의 권위자인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점점 까다로워지다 못해 '모순된' 요구를 하는 소비자를 '두마리 토끼'에 비유했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미래의 소비트렌드 예측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 때문이다. 김 교수에게 '2011 소비트렌드'에 대해 들어 봤다.

 

 

"트렌드는 엉뚱한 행동도 따라 하게 만든다"

 

Q. 본격적으로 '소비트렌드'에 대해 들어보기 전에 우선 '트렌드'의 특성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 트렌드는 굉장히 힘이 셉니다. 엉뚱하다고 생각되는 행동도 따라 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나체 웨딩드레스 촬영'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누드사진 촬영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겠다는 생각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든 것입니다.

 

심지어 범죄자가 착용한 아이템도 유행이 됩니다. 과거 흉악범 유영철이 입었던 '쫄티'가 불티나게 팔린 사실이 단적인 예입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마른 소비자에게 트렌드는 옳고 그름의 영역도 아니라는 것을 뜻합니다.

 

Q. 2010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소비트렌드에 대해 간략히 분석해 주신다면

 

== 2010년에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국내 소비자 스스로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올해 초 열린 벤쿠버 동계 올림픽과 지난 11월 개최된 광저우 아시안 게임, 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한옥의 집값이 상승한 것과 한글로 된 간판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소비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것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 능력과 경영능력이 더욱 요구되는 때입니다.

 

'괴짜'가 관심 받는 한 해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괴짜는 본업이 아닌 생산적인 '딴짓'에 빠져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연기자로 활동하는 구혜선씨는 소설책도 쓰고 감독이 돼 영화도 만듭니다. 과거에는 한가지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현재는 자기영역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대해 두루두루 아는 'T'자형 인재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품질경쟁, 기능경쟁 시대에서 '개념경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소비자 맞춤 제품, 소비자 편의성이 극대화된 결합 상품 등이 주요 트렌드였습니다.

 

Q. 해마다 교수님이 만드는 독특한 소비트렌드 키워드가 눈에 띄는데요. 흥미롭습니다. 2011년 소비트렌드 키워드와 의미가 궁금합니다.

 

== 2007년부터 매년 그 해의 간지(干支)에 해당하는 동물을 주제로 트렌드 키워드의 첫 글자를 조합해 발표해왔습니다. 신묘년(辛卯年) 2011년은 '토끼'의 해를 맞아 트렌드 키워드를 'TWO RABBITS'(두 마리의 토끼)로 선정했습니다.

 

Tiny makes big(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Weather ever products(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Open and hide(개방하되 감춰라), Real virtuality(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Ad-hoc economy(즉석 경제시대), Busy break(바쁜 여가), By inspert, by expert(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Ironic identity(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Tell me celeb(스타에게 길을 묻다), Searching for trust(신뢰를 찾아서)의 첫 글자를 딴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두 마리의 토끼는 단순히 일거양득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모순된 두 마리 토끼,즉 모순된 요구를 하는 소비자를 뜻합니다. 현대 소비자들은 가격은 저렴해도 품질은 우수해야 하고 작은 크기의 제품에 수많은 기능이 포함되기를 바라며 예쁜 디자인 속에 강력한 성능이 따라주길 요구합니다.

 

2011년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모순 경영'이 중요해 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트렌드를 예측해봤습니다.

 

 
"모순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라"

 

Q. 교수님이 예상하시는 2011년 소비트렌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 'Tiny Makes Big(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세계적으로 생산기술이 평준화 됨에 따라 기업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력도 높습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차별화 요소'로 승부해야 합니다.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쓴 서비스와 제품생산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Weather ever Products(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기상 이변은 더 이상 예상치 못한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덕스러운 날씨 변화에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경영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날씨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계절상품이나 의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군에서 날씨 관련 마케팅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날씨 관련 보험이나 파생상품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Open and Hide(개방하되 감춰라)

모든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는 감추고 싶어하던 사적인 일상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개방합니다.

 

개방화의 추세는 산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프레너미(frenemy)'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죠. 프레너미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기업 간 협력과 적대 관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잘 보여줍니다.

 

Real Virtuality(실재 같은 가상, 가상 같은 실재)

가상이 현실의 경계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손에 마우스를 쥐고 태어난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현실 세계에 가상공간의 논리와 스타일이 덧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온라인의 미션 해결형 게임의 스타일과 논리가 적용된 TV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Q. 이밖에도 어떤 소비트렌드가 우리 사회를 주도할까요

 

== Busy break(바쁜 여가)

'휴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과거처럼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의미가 아니라 봉사활동, 자격증 취득, 스포츠 등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즐긴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여가산업에 양적, 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Tell me celeb(스타에게 길을 묻다)

스타가 쓰는 물건들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스타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죠. 스타들의 결혼반지, 공항 패션 등이 이슈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Q. 경영자 입장에서 소비트렌드를 어떻게 바라 봐야 할지 궁금합니다. 짧게 정리해 주시죠.

 

==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인기를 누리는 상품들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 없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는 우아해 보이지만 물밑에서 쉼 없는 발길질을 하는 것처럼 고객의 요구사항을 끊임 없이 분석해야 합니다.

 

'소비자'에 집중하면 성공의 답이 보입니다.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행정학 박사)를 졸업한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소비자리포트' 편집위원, '소비자정책포럼' 간사직을 역임했다.

 

201012월 현재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센터장, 조선일보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노트'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 코리아 2009', '트렌드 코리아 2010', '트렌드 코리아2011',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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