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상태바
정호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문제 정비할 부문 너무 많아"…반시장적, 반경쟁적 행위 차단

 

훤칠한 키, 서글서글한 학자풍의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항상 만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준다. 성균관대학교 교수로 강의를 하다가 현 정부의 부름을 받아 공정거래 위원장에 재직 중인 그는 해박한 지식과 유려한 말솜씨로 이미 대학사회에 이름이 나 있다.

교수라는 직업이 주는 선입관이나 이미지는 적어도 정 위원장에게는 맞지 않다.

언제나 웃는 인상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설명에 들어가면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한 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상대를 설득해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구하는 공정의 철학적 의미나 기초이론을 새롭게 정립하는가 하면 국제 카르텔방지 같은 협력에도 업적을 쌓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공정한 사회의 구현이 갖는 의미와 위원회의 역할을 들어본다.

 


Q. 공정거래를 감시하고 권장하는 위원회의 이념적 기초가 이른바 '공정'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 공정한 사회의 개념은 사전적 의미로 볼 때 '공평하고 올바른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Justice 또는 Fairness입니다. 중국 청나라 때 성왕이었던 강희대제의 강희 평전에 보면 대궐 집무실 편액에 '공명정대(公明正大)'라는 휘호를 걸어 두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14명의 아들가운데 황제를 고르는데 4남이 즉위합니다. 옹정제를 거체 건륭제때는 무려 60년을 한 사람의 황제가 통치합니다. 말하자면 공명정대하지 않은 결정은 이 같은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의 반증이죠.

이명박 대통령이 올 8.15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Q. 공정한 사회의 3대 가치를 많이 강조하셨는데 핵심목표는 어디에 있습니까?


== 공정한 사회는 자율과 공정, 책임이라는 3대 가치를 기반으로 친 서민 중도실용의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자율은 출발선상에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고,

공정은 경쟁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며,

책임은 경쟁탈락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Q. 중도실용주의의 사례가 세계적으로 있나요?


== 서양에서 보면 프랑스의 앙리4세가 내린 낭트칙령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개신교도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는 낭트칙령을 공표(1598년)하면서 프랑스 종교전쟁을 끝냅니다. 여기서 중도주의는 신구교도를 오가면서 종교간 화합을 이끌어 내고 실용주의는 자신의 신앙과 신념의 문제도 타협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신념을 나타냅니다.

 동양에서 보면 원효의 화쟁사상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십문화쟁론>을 통해서 백가의 이론과 논쟁을 화합으로 이끌어냅니다. 극단을 버리고 어느 한 경전에 집착하지 않고 두루 이해하여 교파간의 쟁론과 불화를 조화롭게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이러한 기초위에서 출발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국민들에게는 또 어떤 혜택을 주는 기관인지요.


==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쟁 제한적 규제를 개선하고 카르텔을 금지시키며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을 금지합니다.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를 유지하고 공정한 유통과 가맹거래질서 확립, 불공정한 약관의 시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민생보호와 민간자율 법 준수를 위해 취약분야의 법집행을 강화하고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소비를 권장하며 연성규범을 확대 합니다. 한마디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감시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Q. 대기업들은 공정위가 자신들을 규제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범위까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요?


== 공정거래위원회는 반시장적, 반경쟁적 행위를 차단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시장경제 지킴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취임한 뒤 '시장경제 지킴이' 는 '시장경제 파수꾼' 으로 바꿨습니다. 파수꾼은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이 모델입니다.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주인공 오빠가 여동생에게 질문을 받는데 자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되어서 살겠다고 밝힙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에서 떨어지는 어린아이를 호밀밭에서 받아내 구출하는 공을 세우기도 하지요.

말하자면 공정위는 재벌기업들이 생각하는 대로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시스템을 지원한다고 봐야 합니다. 재벌은 규제하고 소비자를 지원한다는 말은 그래서 약간의 해석차가 있습니다.


Q. 자유로운 경쟁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개념적인 이야기여서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신다면?


== 자유로운 경쟁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우선 진입규제를 개선하는 일로 봐야 합니다. 진입규제를 절반으로 감소시키면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5%까지 올라간다는 KDI의 연구도 있습니다. 진입규제를 10% 줄이면 일자리가 8만개나 창출된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예컨대 88년부터 지속적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해온 분야로 맥주와 막걸리가 있습니다. 98년에 탁주는 신규제조 면허를 금지하는 규정을 삭제했습니다. 2000년에는 공급구역 제한제도를 없앴습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습니까? 막걸리 보존기술이 개발향상되어서 생막걸리 보관이 가능하고 일본수출까지 붐을 일으켜 지금은 막걸리가 시민들의 화두입니다.

그런데 맥주시장을 볼까요. 국내시장의 맥주는 지금까지 오비와 하이트 2사 체제 입니다. 두 회사 말고는 맥주시장에 진입을 시켜주지 않았던 결과지요. 일본은 무려 270개 맥주회사가 있습니다.지난 94년 시설기준을 없애고 자유화시킨 결과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중소기업들이 맥주시장에 진입해 품질 좋고 값싼 다양한 맥주가 선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범위를 더 넓혀서 보건과 의료, 교육, 방송, 통신 분야 진입규제를 개선하려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카르텔이 성행하고 있어서 서민생필품 가격이 그들 손에 놀아난다는 여론들이 많은데 개선이 가능한 분야인가요?


== 카르텔 금지를 위해 공정위가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카르텔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경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암적인 존재여서 기업활동에 문제가 됩니다. 공정위는 입찰담합을 예방하고 국제 카르텔을 방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한 분야입니다.

또 LPG 가격담합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6800억원의 과징금을 물렸습니다. 이것이 지난해 일인데 현재 많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11개 소주업체가 출고가격과 경품지급 조건 등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역시 과징금 270억원을 물리고 행정조치를 내렸습니다.

16개국 21개 항공화물 운송사업자들이 화물운임을 담합해 한국발 노선과 한국행 노선에 유류할증료를 부과해오던 사실이 드러나 역서 12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조치했습니다. 이러한 카르텔 행위만 근절되어도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외에도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있습니다.

 

 


Q. 소비자 문제는 자본주의 미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본은 소비자청이 정부기관으로 갖춰져 있을 정도로 체계적 접근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요?


== 사실 소비자 분야는 정비할 것이 매우 많습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던 소비자 정책 업무를 공정거래위원회로 가져 왔습니다.

당연히 한국 소비자원도 같이 관장을 하게 됐습니다. 공정위는 소비자 정책을 맡고 소비자원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합리적인 정부업무 조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총리부 내각관방 대신 산하에 소비자청을 갖추고 별도의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 모델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과 독일이 소비자 보호를 분리해서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등은 아직 정책과 보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의 증대되는 민원요구와 지속적인 시장 감시를 위해 최근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의 부원장직을 신설하기도 했는데 정부차원의 광범위한 관심이 있어야 할것입니다.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소비자 활동이 거시적으로 보면 공통부분이 많습니다.


Q. 공정위가 정부부처냐 아니냐 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소속과 관련한 문제 등에서 비롯되는 의문들이 있고 또 정말 규제를 하는 기관이냐 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이 될까요.


== 공정위가 국회소속이냐 정부소속이냐를 묻는 질문이 많습니다. 공정위는 정부부처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와 같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기관입니다. 9명의 위원이 합의를 거치는 유일한 합의제 행정기관이지요.

축구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축구경기의 전체진행은 문화관광부 소관입니다. 도별로 1팀씩을 둔다든지 주말에만 경기를 하자든지 야간에는 어떻게 운영한다든지 하는 문제들을 관장합니다. 공정위는 여기서 11명이 뛰어야 한다, 핸들링 반칙을 하면 어떤 패널티가 주어진다, 경기 결과를 미리 짜고 담합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규칙을 정해주고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보는 기관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

1954년 경북 영천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한국보험학회 부회장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장, 한국경쟁법학회장, 성균관대 법대 교수를 역임했다.

 

대담-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