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박종철 열사 아버지 '故 박정기 선생 일기' 최초 공개
상태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박종철 열사 아버지 '故 박정기 선생 일기' 최초 공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故박종철 열사 33주기 맞아 일부 공개

▲ 故 박정기 선생.
▲ 故 박정기 선생.

[컨슈머타임스 안우진 기자]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故 박종철 열사 33주기를 맞아 열사의 아버지인 故 박정기 선생이 아들의 사망 이후 20년간 직접 손으로 쓴 일기장의 일부가 공개됐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14일 박종철 열사 33주기를 맞아 열사의 아버지인 故 박정기 선생(1929년~2018년)이 아들의 1주기를 맞아 직접 작성한 추도사 등이 담긴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 일기장은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해인 1987년 12월 20일부터 2006년 8월 11일까지 20년간 박정기 선생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자필로 기록한 것으로 6월 민주항쟁 이후 20년의 역사를 선생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박종철 열사 1주기 추모제 추도사 원문.
▲ 박종철 열사 1주기 추모제 추도사 원문.

사업회는 2018년 선생이 노환으로 별세한 후 1주년이 되는 2019년 7월부터 해당 일기장과 선생이 자서전 준비를 위해 쓴 회고담 1권 등 총 14권을 유족으로부터 전달받아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함께 음표기 작업을 통한 문서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부분은 1988년 박종철 열사 1주기 당시 부산대에 진행한 추모제를 위해 박정기 선생이 직접 작성한 추도사로 추모제는 기일인 14일에 가장 가까운 주말인 1988년 1월 17일 일요일에 열렸지만 해당 추도사는 기일인 14일 새벽 5시에 완성한 후 나중에 일기장에 옮겨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아래는 아들의 첫번째 기일, 밤을 새워 아들을 그리며 눈물 속에 추도사를 썼을 아버님의 모습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추도사의 마지막 대목이다.

"…어머니 누나는 서울 형님 형수 집에 있고 아버지 혼자 한없는 감홰 톳보기(안경) 속으로 눈물을 딱고 딱겄으나 그대로 지면이 다 저젔구나. 잘가라. 잘 있그라. 철아…"

박정기 선생은 아들의 죽음 이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하는 등 못 다 이룬 아들의 뜻을 대신 이루기 위해 민주화운동에 헌신했으며 1987년부터 2018년까지 30여 년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민주화운동사의 주요 현장을 지켰다.

2018년 박정기 선생의 별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비보를 듣는 순간부터 아버님은 아들을 대신해 때로는 아들 이상으로 민주주의자로 사셨다"며 "박종철은 민주주의의 영원한 불꽃으로 기억될 것이고 아버님 또한 깊은 족적을 남기셨다"고 특별한 감회를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2019년 6.10민주항쟁 32주년 기념사에서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 평생 아들의 한을 풀기 위해 애쓰다 돌아가신 박정기 아버님께 달라진 대공분실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사독재 시절 인권유린의 상징으로 박종철 열사가 죽음을 맞기도 한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돼오다 2018년 12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설계공모를 통해 최종 당선작이 선정된 민주인권기념관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약 666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빠르면 올해 말 착공해 2022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다.

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박정기 선생은 아들의 죽음을 조국 민주화의 큰 공의로 돌리고 자신의 남은 삶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바친 분" 이셨다며 "이번에 공개된 일기장이 남영동 대공분실에 세워질 예정인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에 있어 소중한 사료로 사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