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혈액형 분류' 를 불매운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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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혈액형 분류' 를 불매운동해야
  •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12월 30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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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 일본은 조선인과 일본인의 혈액형을 비교 연구한 뒤에 일본인이 우수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어떤 독일의 엉터리 학자가 우수한 인종은 A형 비율이 B형 비율보다 높다는 인종계수(A/B)를 주장했는데 이를 일본이 교묘하게 이용합니다.유럽인은 2.0이상이고 1.3이하는 아시아-아프리카형이라는 주장인데 일본은 1.7이고 조선인은 전남만 1.4이고 모두 1.3이하였습니다. 즉 일본은 아시아의 백인이고 일본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전남만 일본과 유사하다는 궤변이었습니다.

전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성을 믿는 국민은 우리나라와 일본 뿐입니다. 혈액형은 수십가지 분류 방법이 있는데 ABO 방식은 그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듯이 혈액형도 생화학적 특성이 다른 것에 불과합니다. 서양사람은 자기의 혈액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SBS 스페셜 팀이 워싱턴의 한 공원에 산책 나온 시민 10명에게 혈액형을 물어봤는데, 자기 혈액형을 아는 사람은 3명이었습니다. 한 여성은 제왕절개 수술할 때 병원에서 알았고, 두 사람은 헌혈할 때 알았다고합니다. 어떤 미국인에게 혈액형을 물어보자 혹시 수혈이 필요하냐고 걱정스레 물었다고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혈액형을 물어보면 '성격을 알고 싶어서 저러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성격특성을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버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하며 혈액형과 성격과의 상관관계를 믿는 것은 버넘효과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한 때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을 믿었습니다.

B형 남자는 하도 나쁜 말을 많이 들어서 스스로 자기를 나쁘다고 생각하기도합니다. 우리는 대충 주변을 둘러보고 B형이 몇명이고 O형이 몇명인데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모두 주먹구구식 통계입니다. 샘플부터 통계적 방법에 의해 추출하고 가설을 검증하기 전에는 모두 비과학적인 가짜 과학, 유사 과학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에 떠돌고 있는 혈액형에 관한 일본책은 통계적 과학적 분석에 의한 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서양에서 일본식 혈액형과 성격 분류방법의 과학성을 검증해봤는데 모두 오류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믿지 않습니다. 아시아에서도 우리와 일본만 믿습니다.

시중에 떠돌고 있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분류에 의하면 가장 좋은 혈액형은 O형입니다. A형은 그다음으로 뽐낼만한데 제일 비난 받는 성격은 B형이고 AB형도 별로 안 좋은 성격으로 간주합니다. 재미 있는 사실은 일본과 한국에서 인구비율을 보면 O형과 A형이 과반수를 넘습니다. 이들은 소수인 B형과 AB형을 왕따시키는 형국입니다.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도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일본 정치인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자기의 말 실수를 자신의 혈액형 때문이라고 변명했습니다.

빨간색 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것이 빨갛게 보이고 파란색 안경을 쓰면 모든 것이 파랗게 보입니다. 선입관을 가지고 보면 사람들도 거기에 맞게 보입니다. 아버지, 딸, 아들 모두 O형인 집안이 있는데 셋의 성격이 너무 극명하게 달라서 친척들이 '혈액형이 안 맞나?'라고 의문을 가질 정도입니다. 열심히 혈액형이 맞다고 생각하고 공통점을 찾으면 또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그 미몽에서 벗어나면 있는 그대로 올바로 볼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 조사가 잘못된 것인지, 혹은 그동안 인구이동이 많았던 탓인지 현재 대한민국은 지역별 혈액형 비율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징병검사 받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혈액형 검사를 보면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합니다. (징병검사가 아닌 다른 조사에 의하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도 궁금합니다.) 여전히 광주 전남이 A형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미세한 차이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인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제시대에도 그렇고 아직도 광주 전남의 A형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서양인은 압도적으로 A형 비율이 높은데 그렇다고 광주 전남을 백인에 가장 가깝다고 말할건가요? 한술 더 떠서 가장 우수하다고 말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본인이 아시아의 백인이고 광주전남은 한반도의 백인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 혈액형은 접어야합니다.

혈액형은 아마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미신으로 남을 것입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살아가는 우리가 우수한 일본제품을 불매운동하는 것은 사실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일이라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혈액형과 성격 분류는 이제 그만 접어야합니다. 일본발 혈액형 성격을 불매운동합시다./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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