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의 질주, 이면에 드리운 불안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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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본현대생명의 질주, 이면에 드리운 불안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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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저축성보험에 치우친 영업 전략…RBC 비율 급감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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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지난해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의 푸본생명으로 바뀐 푸본현대생명이 재출범 1년 만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퇴직연금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저축성보험 비중 확대로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이 급감하며 자산건전성 제고라는 숙제도 떠안았다.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상반기 신계약 금액은 1조4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늘었다.

신계약 증가에 힘입어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상반기 기준 수입보험료 1조8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성장, 업계 최고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총자산 규모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 14조6217억원으로 1년 만에 약 15% 성장했다.

이는 생보사들의 신계약 성장이 정체돼 보험료수입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돋보이는 성적표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24개 생명보험사의 신계약 금액은 154조97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생보사들의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52조2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푸본현대생명의 신계약 상승을 이끈 것은 일반계정에서 저축성보험, 특별계정에서 퇴직연금이 있다.

푸본현대생명의 올해 6월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6조6748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5조5517억원) 대비 1조1231억원(2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1조1015억원으로 전년 동기(4084억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퇴직연금 확대로 인해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점은 과제로 남았다. 실제로 퇴직연금 증가는 RBC 비율 하락을 초래했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재무건전성 지표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 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푸본생명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올해 3월 말 기준 RBC 비율을 304.26%로 끌어올렸지만, 올해 6월 말 RBC 비율은 221%로 8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6월부터 퇴직연금(원리금보장형) 신용‧시장위험액 반영 비율이 기존 35%에서 70%로 상향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푸본현대생명의 퇴직연금 대부분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다.

더욱이 오는 2020년 6월부터는 퇴직연금 신용‧시장위험액 반영 비율이 100%로 상향돼 푸본현대생명의 RBC 비율은 더욱 하락할 위험에 처했다.

아울러 저축성보험 위주의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로 RBC에 대한 하방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2017년 9월 지속되는 경영 악화로 인해 방카슈랑스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3월 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을 출시하면서 판매를 재개해 지난 6월 말 초회보험료 기준 3817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푸본현대생명의 상반기 신계약 기준 저축성보험 판매 규모는 4265억원으로 전년(238억원) 대비 18배 이상 늘었다.

저축성보험은 고액 일시납 계약 등이 많고 수입보험료 규모가 크지만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부담이 늘어난다.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RBC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후 저축성보험 중심의 영업 전략을 계속해서 고집할 수 없기 때문에 푸본현대생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부터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푸본현대생명은 RBC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9월 초 사모방식의 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 이후 이번 공모발행까지 올해만 1500억원 규모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지속적인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 비율 하락에 대한 부담을 줄여 나가고 있다"며 "향후 퇴직연금과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에 따른 리스크에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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