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보험사,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에 '딴지'…'검은 속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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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보험사,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에 '딴지'…'검은 속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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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소비자 권익 보호는 뒷전…21일 합의점 찾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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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규상 기자] 보험업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보험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의료자문의 실명제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해 반대하고 있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는 찬반이 나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와 보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 채 보험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업계와 보험업계 모두 불신만 키웠다는 것이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21일 '자문의 실명제' 및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자문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험금 청구 과정을 간소화해 보험 소비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의료계와 보험사들은 각각 개정안 시행에 따른 실익 계산만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자문의 실명제에는 이합집산…공정성·객관성 훼손 우려에도 '아랑곳'

우선 자문의 실명제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보험사들이 도입 반대를 위해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

자문의 실명제는 의료자문을 실시할 경우 피보험자 또는 보험금을 취득할 자에게 의료자문의 성명·소속기관·의료자문 결과 등을 서면으로 알리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보험사가 자문비용을 지불한 의사에게 소견을 묻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보험사에 우호적인 특정 의사에게 의료 자문이 집중되면서 실명제 도입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의료자문은 특정의사에게 편중되고 있다. 의사 A씨는 2018년 한 해에만 보험사로부터 무려 1815건의 의료자문을 해줬고, 자문료로 3억5093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삼성화재에게 요청받은 의료자문은 총 1190건으로 전체 의료자문 65.6%에 달했다.

이는 보험사들의 보험금 부지급으로 이어졌다. 생명보험사의 2018년 의료자문 의뢰 건수는 총 2만94건인데 이중 부지급건은 1만2510건에 달했다. 손해보험사 역시 지난해 의료자문 의뢰 건수는 총 6만7373건, 부지급 건수는 1만8871건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보험사들은 해당 정보를 공개할 경우 분쟁 조장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험 계약자들이 직접 의료기관과 해당의사에게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나아가 소송의 대상으로 지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자문에 대해 불신이 큰 보험소비자들은 의료계와 보험사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의료 소견을 밝힌다면 공개 여부가 무슨 문제가 되겠냐는 주장이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잘못된 의료 소견을 밝힌 의사는 지탄받는 것이 당연하고, 정당하게 의료 소견을 밝힌 의사는 오히려 명의로 거듭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의료자문 실명제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는 이견…보험사 '환영'·의료계 '반발' 숨은 의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병원이 환자의 진료내역 등을 전산으로 직접 보험사에 보내 간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진단서 등을 떼기 위해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생각은 달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꼼수이며 보험사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실손보험 청구대행 강제화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실손보험 가입거부 차단 등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겠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의협은 지난 19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값비싼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따른 진료수가 인하를 경계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 업무를 대행하면서 업무가 늘어난 점을 불평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진료 행태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나 과잉진료 문제를 줄일 수 있고, 서류 전산화 작업을 위한 별도의 인력과 비용을 감소할 수 있기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찬성하고 있다.

다만 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찬성하는 이들도 보험사들의 의도에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다. 손해율을 걱정하던 보험사가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보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개 역할을 하는 것에 힘을 싣고 있다. 심평원은 보험급여 비용의 심사와 보험급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공공기관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보험사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주는 것보다 심평원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바람직해 보인다"며 "다만 심평원은 중개 역할에만 한정돼야 의료계의 반발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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