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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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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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어느 날 풀이 확 죽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정말 세상살기 힘들어 죽겠어""왜, 무슨일 있는거야?""아니 그 좋아하던 술을 3일전에 끊었거든…""그래, 하지만 건강에 좋잖아""이틀전엔 담배도 끊었어"
2010.08.29

 

거짓말 공화국 

 

절친한 친구가 어느 날 풀이 확 죽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정말 세상살기 힘들어 죽겠어"
"왜, 무슨일 있는거야?"
"아니 그 좋아하던 술을 3일전에 끊었거든…"
"그래, 하지만 건강에 좋잖아"
"이틀전엔 담배도 끊었어"
"이제야 사람 됐네. 잘됐다 냄새도 없애고, 새로 시작해봐"
"어제부터는 부부관계까지 끊었어"
"이사람아, 왜 그랬어. 그럼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거짓말하는 재미로 살지 ㅎㅎㅎ" 


총리부터 국세청장까지 며칠 동안의 청문회가 마감됐다. 그들의 거짓말을 신물 나게 구경한 민초들은 '이래서 우리나라가 거짓말 공화국이라고 불리는구나' 를 또 실감했다. 담배 끊고 술 끊고 마누라 끊었다는 거짓말은 애교에 가깝다.  구구절절한 변명하기. '모른다', '기억 안난다'로 버티기. 어쩔 수 없으면 '미안하다', '죄송하다'로 대충 얼버무리기. 그래도 장관시켜주면 잘해보겠다며  얼굴두껍게 버티기. 기대가 관망으로, 실망으로, 분노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존경은 정직과 상호신뢰에서 잉태되는 법인데 기대난망이다. 이쯤 되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를 떠나서 이 나라의 도덕 시계를 총 점검 할 시점이 아닐까.

 

정의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던 '친서민 소장수 아들'은 벗겨도 벗겨도 의혹의 속살이 끝이 없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양파도 모자라 털어도 털어도 끝이 없이 흩날리는 '비듬'이라고 별명을 붙여줬겠나. 대개 거짓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역사성과 도덕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하루전날 아니라고 했던 사실을 그 다음날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사기관에서 잡범들을 잡아다 족쳐도 하루만에 말을 바꾸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자료도 챙기고 직원들 괴롭히면서 예상 시나리오대로 미리 준비하고 나름대로 궁리를 했을 텐데,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듣고 있자니 평소 정직과 공인의 몸가짐에 대한 개념이나 갖고 살아온 사람이었는지를 의심케 한다. 차라리 말이나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추악한 이중성까지 들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 이라는 교훈을 잊어서 일까. 안타깝다.

 

40대고 참신해서 젊은이들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는 최초의 포장은 일주일 만에 '뻥'으로 드러났다. 60대보다 의뭉하고 교활하고 권모술수로 뭉쳐져 얼버무리면서 얕은 제스처와 바람 잡기로 피해나갈 궁리 찾기에만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너무나 진부하다. 지금껏 익히 봐왔던 과거  벼슬아치들의 모습과 다르기를 바랐는데 식상하다 못해 역겨워진다. 도청직원을 집으로 데려다 가사도우미처럼 빨래시키고 권력을 이용해 받은 대출금으로 도지사 당선 뒤 갚는 식의 '정치투자'까지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21세기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총리의 모습은 아니다. 뭉개는 것도 철학과 기개가 있어야 동정이 간다. 이래서 한나라당 의원이나 보수진영에서도 '구역질이 난다'고 난타 당하는 이유일 것이다. 청문회는 그가 도덕의 평균수준에도 못 미치는 인사임을 증명하고 말았다.

 

이 정권 출범 후 '추악한 정치 뒷거래'의 주인공이 돼버린 박연차는 감옥살이까지 하고 망가져 있으니 그렇다 치고 그 사람과  연루됐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천부당 만부당한 부적격자다. 떳떳하면 왜 미국 식당 주인이 청문회장에 나와서 속시원하게 "나는 김태호에게 돈 심부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왜 박연차와 골프치고 폭탄주 마시고 형님, 동생하고 어깨동무하며 잘 지냈다고 털어놓지 못하는가. 총리지명을 받자마자 구린 게 얼마나 많아서 증인을 모두 잠적시키고 도피시켰는가. 그렇게 미심쩍은 부분을 다 접고 총리로 그냥 받아들이라고?  그렇게 시간가면 대권도 꿈꾸고 한국의 캐머런이 될수 있다고? 과거처럼 밀어부치면 다 될거라고? 그렇게 인준을 강행해서 얼굴좀 두껍게 팔면 그러면 총리직을 수행 할수 있을거라고?

 

 

그 지루한 변명과 거짓말들을 듣고 싶지도 않다. 시비하고 싶지도 않다. 이래서, 저래서, 요래서, 미안하고, 죄송하고, 사과하고, 송구스럽고. 그러면 깨끗하게 용퇴해야 임명권자에게 부담이라도 덜지. 아무도 자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렇게 똥묻고 겨묻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다발로 구할 수 있다. 대법관 후보자까지 타고 올라간 위장전입정도는 얘기꺼리도 안 된다. 이주호의 논문 중복게재, 신재민의 신출귀몰한 부동산투기, 진수희의 자녀 이중국적, 조현오의 동물 발언, 이재훈의 쪽방촌 투기, 이재오의 학력속이기, 박재완의 병역기피의혹, 이현동의 석사논문 표절의혹…. 어디가 끝인가. 한 야당의원이 이들의 범법사실을 계산해봤더니 징역 159년이 나오더란다.

 

 

총리되고 장관 취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발 이제는 이런 지저분한 고리를 끊고 그야말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 때' 도 되지 않았느냐는것이 국민들의 질문이다. 궁지만 빠져나오면 통과되고 한 달만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는 그 얄팍한 전술과 잔머리 접근법을 그만 쓸 때도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러고도 우리가 G20 의장국이라고 온 동네 광고하고 다니면서 선진국 됐다고 떠벌릴 자격이 있는가. 그 만신창이 총리가 경륜이 지긋한 장관들을 모아놓고 추석 때 떡값 받지 말라, 정직하게 일처리 하라, 국가관을 확립하라고 주문 할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의 지명여부를 주시하지 않는다. 그 눈높이가 이미 정치집단의 기준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정권이 보여준 대로 아무리 여론이 비등하고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지명을 밀어붙이겠지.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러고도 대통령이 지명을 밀어붙이면 이것은 국민을 막 대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막 대하는데 국민들이 대통령을 막 대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존경과 권위는 도덕에서 출발한다. 설마 임명권자가  "내가 흠이 많으니 그 정도는 괜찮아"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의 선진국을 향한 국격(國格)을 논할 자격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읽었다고 소문나면서 베스트 셀러 반열까지 올라간 책이 있다.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적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할 것을 주는 것이다" 라고 적고 있다. 사람들이 이 시대에 무엇을 받기를 원하는가?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국민들에게 주고 싶은 정의가 바로 이런 것인가를 묻고 싶다. 이것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친서민'이고 '공정한 사회'고 '반칙없는 사회' 인가를.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onsumer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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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길 2010-09-07 15:34:10
너무 야단치지마세요 이제나 저제나 다 그런사람만 있는것은아니니까
내가 가서 정화시키고올께 그 깐놈들 다 그밥에 그나물이지 흐흐흐....
잘 읽고 속이시원해졌소 고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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