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의 세상이야기] 대만, 이대로 멀어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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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의 세상이야기] 대만, 이대로 멀어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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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중심가 무역센터 101타워(이링이 빌딩).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아침 이른 시간이지만 중국 본토에서 몰려온 수많은 깃발부대로 입구부터 북새통이다. 대만과 중국이 양안(兩岸)긴장 상태를 풀고 화해무드로 돌아서면서 따루(大陸)사람들의 숫자는 급증했다. 현재의 국민당 총통 마잉주(馬英九) 집권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이링이 빌딩을 통해서라도 그들은 구겨졌던 자존심을 조금은 회복하고 싶어한다. 미사일을 쏘겠다고 긴장감을 높였던 민진당 집권 때의 양안 금문도(金門島) 분위기도 훨씬 누그러졌다.

장제스(蔣介石)는 국공합작에 실패하고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혁명에 밀려 1948년 타이완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66년의 세월이 흘렀다. 두 체제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더 멀어졌고 탄력성을 회복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격동의 세월, 정치적 다툼과 세력을 분할했던 역사의 주인공들은 모두 떠났지만 이데올로기의 짐을 이어받은 후손들은 아직도 역사의 틀 속에 갇혀있다. 두 체제의 대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1992년 한중수교가 공식화되면서 한국을 떠난 대만사람들의 가슴에는 회한이 많다. 그 해 늦여름 명동 중화민국 대사관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내리던 진수지 대사의 눈물 속 연설은 오래도록 가슴 아픈 기억이다. 사회부 기자로 필자는 현장을 지켜보았다.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는 국제정세 속에 "중국 공산당도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으니 서울하늘에 다시 청천백일만지홍기가 휘날리는 그날을 함께 기다리자"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변에 모여든 2천 여 명의 화교들은 통곡했다.

그들은 우리와 공통점이 많다. 대만은 청일전쟁 후 시모노세키 조약에 따라 한국보다 더 길게 일본식민지(1895-1945. 51년)를 경험했다. 1987년까지 국민당 독재정권의 계엄령 상황을 이겨내고 아시아의 경제를 일으킨 신흥국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 뿐 인가. 2차 대전 후 공업화에 성공한 대표국가 명단에 올라있고 유교문화권 배경, 근면한 국민성, 민족분단 상황까지 난형난제다.

대만은 쑨원(孫文)의 신해혁명(辛亥革命. 1911년) 정통성을 계승한다. 2011년 혁명 10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가 정체성 만들기 분위기가 강하다. 쑨원의 동서지간인 장제스가 권토중래하던 중원탈환의 꿈은 아직도 이뤄내지 못했지만 대만 사람들은 두 사람을 국부(國父)로 존경하고 추앙한다. 쑨원의 삼민주의와 공산당에 맞서 대만에 자유정부를 세운 장제스의 업적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 타이베이 시내 국부(쑨원)기념관 정문 광장에서

현재의 동아시아는 다시 1894년 체제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 해 동학란과 갑오경장의 파도를 타고 조선에서 벌어진 청일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120년, 두 번의 육십갑오가 지났지만 엄중한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일본은 중국을 넘어 아시아 패권을 노린다. 중국은 이제 과거처럼 일본에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은 여전히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넛 크래커 신세다.

그 틈바구니에서 대만은 버릴 수 없는 경제적 요충상대다. 한-대만 연간 교역규모는 300억 달러다. 미국, EU, 일본에 이어 5위권 파트너. 하지만 외교관계는 단절된 채 대표부만 유지되고 있어 아쉬움이 많다. 단교 이후 2004년 재개된 항공협정으로 서울과 타이베이에 국적기가 들어가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 때문에 관광교류는 나아진 편이다.

분단문제 해결에서 대만은 우리를 한참 앞서가고 있다. 중국관광객 300만 명이 지난해 대만을 방문했다. 여권대신 여행허가증으로 입국을 허용한 덕분이다. 시진핑-마잉주 정상회담이 올해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 바람에 투자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본토와 해외의 화교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대만은 이대로 버려도 좋은 상대인가. 옛 친구와 좀 더 효과적으로 교류를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해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교관계에 상관없이 가능한 투자협정에서 방법을 찾으면 된다. 중소기업과 부품산업에서 대만의 수준은 세계적이다. 일본은 이미 10여 년 전에 대만과 투자협정을 맺고 해마다 교류 폭을 늘리고 있다. 경제와 외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의 선택이 더 늦지 않도록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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