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0년, 미래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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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00년, 미래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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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올 상반기에 우리는 일본에 128억 8천만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고 대신 309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합산해보면 180억 달러 적자다. 해마다 대일무역적자가 우리경제의 화두지만 올해는 해방이후 최대의 적자가 기록될 전망이다.
2010.08.16

 

과거 100년, 미래 100년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올 상반기에 우리는 일본에 128억 8천만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고 대신 309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합산해보면 180억 달러 적자다. 해마다 대일무역적자가 우리경제의 화두지만 올해는 해방이후 최대의 적자가 기록될 전망이다. 이는 다름 아닌 부품소재 수입 때문이다. 수출이 늘면 늘수록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일본산 부품소재를 쓰지 않을 수 없는 현재의 산업구조 탓이다.


속으로는 이렇게 잇속을 챙기면서 겉으로 일본경제계는 "한국기업을 본받아야 일본의 미래가 있다"고 호들갑들이다. 한국의 '사천왕(四天王)' 이른바 삼성, 현대차, 포스코, LG를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기업들이 오히려 벤치마킹해야 한다거나 한국기업의 국제 마케팅을 보면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그것이다. 하긴 소니 같은 월드기업을 삼성이 제압 할 줄은 상상이나 했던가. 현대중공업이 일본보다 비싼 선박을 만들어 팔고 우리의 휴대폰이 명품대열에 줄줄이 등재될 수 있다고 생각조차 했던가. 그런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시간 내에 현실이 될 줄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일본을 이긴다는 원대한 비전을 설정했던 것 자체가 치기어린 애국심으로 취급됐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불과 20여년 만에 반도체와 휴대전화, 가전, 조선, LCD 등에서 일본상품을 압도하는 최근의 상황은 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특허등록 건수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상품의 숫자, 기술무역수지, 국제적 위상 면에서  일본은 이미 저만큼 앞서 달리고 있다. 한일 기업 역전(逆轉)소식에 일본재계가 한국다시보기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지만 국가브랜드와 국제사회 영향력, 기초기술이나 부품산업 면에서 보면 아직은 추격이 쉽지 않다. 껍데기는 잘 만들어도 알맹이는 아직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성품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의 부품업계를 먹여 살리는 이상한 무역구조는 심화될 것이다. 또 이미 글로벌 리더자리를 차지한 일본의 위치는 당분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던 일본이 부분적으로 우리에게 추격을 허용한 현재의 상황은 분명 의미가 있다.


문제는 해마다 8월만 되면 잠잠하던 경제계가 한일관계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한일병합 100년을 두고 양국의 시각 차이에서 오는 감정싸움이 거칠다.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해야 된다는 우리나라와 지나간 일은 미안했으니 앞으로 잘해보자는 일본의 태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간 나오토 수상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담화를 내긴 했지만 내용을 두고 문화재를 '넘겨주겠다'(오와타시-)와 '반환 하겠다', 식민 지배를 '사과했다'와 '사죄했다'의 표현 하나하나에 국민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정치를 떼어내고 경제를 생각할 수 없기에 한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8월이 곤혹스럽다.


이쯤에서 일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괜찮은가를 자문해본다. 수상이 바뀔 때마다 과거를 사죄하라고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정서도 이제는 낡아 보인다. 굳이 사죄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대에게 사죄하라고 하면 진심어린 사죄가 나올 리 만무하다. 독일처럼 용기 있고 정정당당하게 사과한 뒤 공존을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예전부터 실망이 너무나 크다. 말로는 용맹과감한 페어플레이 정신, 즉 부시도(武士道)를 일본의 정신으로 떠벌리고 있지만 야비하고 옹졸함이 지난 역사 내내 넘쳐났음을 모두 기억한다. 이것이 일본의 한계다. 분노의 기분을 넘어 측은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가. 사죄를 구걸하지 말자는 것이다.


아직도 아시아를 한수 아래로 취급하고 내려다보는 오만함속에 갇혀있는 일본. 그들의 뒷다리 잡기를 연구할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처럼 실력으로 경제의 저력을 더 펼쳐야 한다.  일본이 저절로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것이 우리의 숙제다. 감정에 복받쳐서 이성을 잃고 분통만 터트릴 것이 아니라 그들을 압도하고 넘어서야 새로운 역사가 있다. 그렇게 해서 당당하게 일본과 공존을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강제합병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구한말 우리의 잘못을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를 원망하는 한풀이는 과거 100년을 지나면서 우리가 먼저 청산해야 할 정신적 장애물이다.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가 강요하지 않아도 일본은 한국이 필요하고 중국과 동남아가 발전하면 할수록 리오리엔트 중심 국가로 공존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침묵 속에서 힘을 기르는 무서움을 보여줘야 그들은 긴장한다. 칼은 품었을 때 무서운 것이지 칼집에서 빼어드는 순간 공포가 사라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증오나 분노로는 일본을 넘어설 수 없다. 일본인 수학자 후지와라 교수가 주장한 '국가의 품격'은 일본보다 한국에 더 어울리는 명제다. 침략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패전을 반성하는 일본 보수층에 대고 국가의 품격을 논하거나 우정 있는 사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을 넘어야 성숙한 한국이 있다. 갈등으로 얼룩진 과거 100년을 접고 미래의 100년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 극일(克日)도 가능하다. 발상의 전환, 이기는 게임을 연구할 때다.


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justin-747@consumer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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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길 2010-08-24 17:15:20
적절한 의견을 보내셨군요 잠시 잘 쉬었다갑니다
점점더 날카로운 지적을 하네요 더욱건성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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